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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의무휴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매주 둘째, 넷째 주 일요일 의무휴업은 물론 매일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이 제한된다.
지난 3월 26일 서울에서는 강동구가 처음으로 조례를 시행했다. 마포구나 강서구 등도 줄줄이 의무휴업에 동참할 예정이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안에 서울에서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는 마트와 SSM이용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정부에서 전통시장과 중소자영업자를 위해 만든 이번 조치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마트 문 닫았다고 시장으로 갈 것인가?
정부의 제한조치에 반발하는 일부 소비자들은 격주로 마트에서 대량구매하거나 온라인 쇼핑을 하겠다는 반응도 많다. 전통시장의 경쟁력이 우선이지 억지로 마트 문 닫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통업체들의 대응을 봐도 유통법 개정이 유통업체들에게 그리 위기는 아닌 것 같다. 일시적으로 매장 매출이 줄어들겠지만 이 기회에 온라인 쇼핑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 눈에 띈다.
마트들은 ‘안방쇼핑은 밤낮, 휴일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때 맞춰 온라인몰을 새 단장하고 고객 끌기에 분주하다.
홈플러스는 간편 조리식품 ‘픽업서비스’를 내놓았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점포에서 상품을 찾아갈 수 있다.롯데마트와 이마트도 주문 시스템 간소화를 위해 수십억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무료배송 기준을 최저수준인 1만원으로 낮추는 등 온라인 쇼핑의 벽을 허물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의 ‘가상스토어’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가상스토어는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상품 이미지(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칸 국제광고제에서 미디어 부문 그랑프리를 받고 특허출원을 한 것으로, 홈플러스의 본사인 영국 테스코가 이 시스템을 전세계에 적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 빅 3중 24시간 운영 점포 비율이 가장 높은 홈플러스는 영업시간 제한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형태의 가상스토어가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결제 후 배송까지 책임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시간을 내서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귀가 시간이 늦거나 마트에 갈 시간이 없는 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지난해 8월 서울지하철 선릉역점에 1호점을 낸 뒤 서울 광화문 버스정류장(동화면세점 앞)에 2호점과 부산에 3호점을 내는 등 출점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발 빠르게 ‘온라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정부는 유통법만 던져 넣고 수수방관하는 자세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자생력을 갖고 살아나갈 지원 방안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마트 갈 손님을 시장으로 모셔올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대형마트들이 유통법을 교묘하게 비껴가면서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을 때 전통시장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공동 마케팅, 공연 전시 등 문화적 가치 확대, 젊은 고객 유치, 주차․배달 문제 해결, 상인회의 단결... 갈수록 산이지만 넘고 넘다보면 산은 정복하게 되어 있다.
집에서 쉽게 발 길 닿는 곳 전통시장만큼 사는 맛 느껴지는 정겨운 곳이 또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