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강봉균, KAIST 김은준, 연세대 이민구 교수팀자폐증 발병원인, 새로운 치료법 발견자폐 주요 증상 ‘사회성 결핍’도 약물로 치료
  • ▲ 서울대 강봉균 교수(왼쪽), KAIST 김은준 교수(가운데), 연세대 이민구 교수(오른쪽).ⓒ
    ▲ 서울대 강봉균 교수(왼쪽), KAIST 김은준 교수(가운데), 연세대 이민구 교수(오른쪽).ⓒ

    국내 대학 공동 연구팀이 베일에 가려져 있던 자폐증의 발병원인과 약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내는데 성공, 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대 강봉균(50) 교수, KAIST 김은준(47) 교수, 연세대 이민구(47) 교수팀이 공동 연구한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저널인 ‘네이처(Nature)’紙에 관련 논문이 실리면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네이처’는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 다음달 발행 예정인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에도 이들의 논문을 게재할 예정이다.

    자폐증은 ▶사회성 결핍 ▶반복행동 ▶정신지체 ▶불안 ▶과잉행동 등을 동반하는 뇌 발달 장애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1~2%인 약 1억명이 자폐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워싱턴대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폐계 질환을 앓는 젊은 성인 3명 중 1명이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등 다른 장애보다 훨씬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없다는 것. 때문에 치료 역시 자폐 증상의 대표적 특징인 반복행동을 줄여주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진은 ‘시냅스’(기사 아래 설명 참조) 단백질을 만드는 생크2(Shank2) 유전자가 결핍되면 자폐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것은 생크2 유전자의 결손이 자폐를 유도한다는 직접 증거를 발견한 것으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연구팀은 생크2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에서 사회성 결핍, 인지학습기능 저하, 반복행동 및 과잉행동과 같은 자폐와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다.

    나아가 연구진은 생크2 유전자의 결손이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해마’(기사 아래 설명 참조)의 기능을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자폐증의 발병원인을 규명해 냈다.

    특히 연구팀은 자폐증의 발병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종전 치료법의 단점인 약물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치료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연구팀에 따르면 생크2가 결손된 생쥐의 뇌에서는 NMDA(N-메칠 D-아스파르트산염) 수용체에 의한 신경전달이 감소한다.

    지금까지 의료진들은 자폐증상 치료에 있어 뇌의 손상된 NMDA 수용체를 직접 자극해 그 기능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NMDA 수용체를 직접 자극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약물을 써야 했고 그 결과 심각한 약물 부작용을 초래하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특정 수용체(mGluR5, 대사성 글루타민산염 수용체5)를 자극해 손상된 NMDA 수용체의 기능을 간접적으로 되살리는 약물(CDPPB)을 사용하면, 신경전달 이상과 해마의 기능손상을 동시에 회복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이 찾아 낸 치료법은 종전 약물 치료의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자폐 환자의 사회성 결핍증상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폐증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인 사회성 결핍을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한 것으로 자폐 치료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연구팀이 밝히는 연구의의는 다음과 같다.

    “생크2 유전자 결손으로 인한 NMDA 수용체의 기능 저하가 자폐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원인임을 밝힌 의미 있는 연구다.” - 강봉균 교수

    "반복행동뿐만 아니라 자폐증의 주요 증상인 사회성 결핍도 약물을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증명한 연구로, 자폐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 김은준 교수

    “신경조직에서 생크2 유전자의 생리적 역할을 새롭게 규명한 연구로, 국내 각 분야 전문가들이 협력해 우수한 성과를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 이민구 교수

    이번 연구에는 이들 외에 원혜정, 이혜련, 지헌영, 마원, 김재익 박사(이상 제1저자)와 KAIST 김대수 교수, 경북대 배용철, 이경민 교수 연구팀이 함께 참여했다.

    * 시냅스 : 한 뉴런(신경세포)의 축삭돌기 말단과 다음 뉴런의 수상돌기 사이의 연접 부위. 뉴런과 뉴런 사이에서 전기적·화학적 신호를 전달하는 창구의 역할을 한다.

    ** 해마 : 대뇌의 양쪽 측두엽에 있다. 학습과 기억을 비롯한 광범위한 인지기능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뇌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