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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불과 650m 거리에 있는 지하철 합정역 주상복합 메세나폴리스 건물 지하에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새 점포를 입점하는 데 대한 망원시장 상인들의 반감이다.8월 말 개점할 예정이었던 홈플러스 합정점은 입점에 반대하며 사업조정을 신청한 지역 상인들과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해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망원시장 조태섭 상인회장은 “홈플러스 합정점 개점이 연기됐지만, 서울시 마포구 중소상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입점 저지를 위한 무기한 천막농성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시장은 북적북적해야 제 맛이고 그래야 손님들이 계속 모이는데 홈플러스가 들어오면 다 망할 거예요. 굳이 물건을 안사도 시장다운 분위기가 유지돼야 하는데 마트에서 손님을 끌어가면 어쩔 도리가 없잖아요.”
시장 상인들은 홈플러스 때문에 특정 제품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보다 시장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까봐 더 걱정하고 있다는 게 조회장의 말이다.
특히 망원시장 반경 2.3km안에는 상암동 홈플러스, 망원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합해 홈플러스가 모두 3개다. 새로 들어올 합정점과 망원시장의 거리는 불과 670m, 버스 한 두 정거장 차이다. 그야말로 홈플러스에 ‘포위’되는 셈이다.
2010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으로부터 1km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마포구의회도 2011년 4월 관련 조례제정을 공포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은 조례 제정 3개월 전인 2011년 1월에 영업 허가를 받았다. 이에 조 회장은 “홈플러스가 마포구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되기 직전에 재빨리 등록 신청을 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상인회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청도 중소상인 보호 문제에 직접 나섰다. 지난 4월 홈플러스 측에 사업개시 일시정지를 권고하고, 3차례 자율조정회의를 주재했다. 그러나 양측의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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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측이 전혀 미동을 보이지 않자, 상인회 측에서는 지난 7월 마지막 자율조정회의 이후 중소기업청에 타협안을 통보했다.
“상인들이 내놓은 타협안은 두 가지에요. 먼저 첫 번째로 합정점의 면적 4,300평 중 50%인 2,150평만 운영하라고 했더니 거절하더라고요. 둘째로 매장 면적 100% 전체를 사용하되 식료품·생선·정육 등의 1차 식품을 판매하지 말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마저도 홈플러스 측에서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입점 철회에서 한 걸음 물러나 타협안을 제시했는데도 홈플러스 측이 이를 묵살하고 있다”며 “중소상인들에게 전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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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 반대 투쟁을 하면서 자신과 시장 상인들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시장 상인들이 다 그렇듯이 먹고살기 바빠서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깊이 고민할 여력이 없어요. 이번에 함께 공부하고 논의하면서 대형마트가 지역경제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알게 됐죠.”
지역 상인들이 수 십년동안 투자하고 고생해 일궈놓은 기존 상권에 대형마트가 치고 들어와 수 천억원의 매출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그 돈은 대부분 지역 밖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지역에 돈이 돌 수가 없죠. 결국 예전에 중소영세 자영업자와 지역주민들이 상생하던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져버리는 거죠. 망원시장이 무너지면 유통대기업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모든 중소상인들이 생계의 터전을 잃게 됩니다. 꼭 이기고 싶습니다.”
조 회장은 자신들의 싸움이 최근 정치권의 화두인 경제민주화와도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공동체를 위협하는 유통재벌을 저지하는 싸움이야말로, 경제민주화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