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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야후에 이어 세계적인 휴대전화 제조사 모토로라도 한국지사 철수를 선언하는 등 해외 정보기술(IT) 업체의 한국 시장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모토로라와 야후는 사업 영역은 다르지만 다른 대형 업체들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야후는 점유율에서 네이버, 다음 등 국내 대형 포털들에 밀리다가 결국 한국을 떠나기로 했고 모토로라는 삼성과 애플이 주도권을 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맥을 못 추다가 결국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해외 IT 회사 한국 철수 왜? = 야후와 모토로라는 그동안의 역사만큼이나 각자 영역에서 큰 상징성을 갖고 있는 업체들이다.
야후는 1990년대 인터넷 초창기만 해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터넷 서비스의 대명사로 통했지만, 15년만에 한국 서비스를 포기하고 올해 연말에 서비스를 종료한다.
모토로라는 1980년대 이동통신(삐삐)부터 시작해 2G(세대) 휴대전화와 최근의 스마트폰 시대까지 국내 시장에서 활약해 왔다.
두 회사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한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IT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후는 한때 검색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기도 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2000년 전후에 당시 신생 토종 포털이던 다음과 네이버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이후 하락세가 멈추지 않아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은 1% 이하로 떨어졌고 포털에서의 실패를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만회하려 했으나 결국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한때 '삐삐'의 대명사였던 모토로라는 2G 피처폰(일반 휴대전화) 시대까지는 선전을 계속했지만 스마트폰이 휴대전화의 대세가 되면서 국내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스마트폰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2009년 5%였던 모토로라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최근에는 0.1% 안팎으로 떨어졌다.
80여년 역사를 지닌 모토로라는 한때 세계 최초 상업용 휴대전화 제조사였지만 지금은 노키아와 함께 대표적인 '스마트폰 시대의 부적응자'로 불리고 있다.
◇2년새 휴대전화 제조사 4곳 사업 접어…국내 시장 과점 심화 = 모토로라는 지난 2년새 4번째 국내에서 사업을 접은 휴대전화 제조사다.
작년 SK텔레시스가 휴대전화 사업을 접은 데 이어 올해 대만 제조사인 HTC가 국내 사업 철수를 선언했고 지난 8월에는 KT테크가 문을 닫았다.
이들이 잇따라 휴대전화 사업을 접은 것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전자와 애플이 사실상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제품 출시 여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업계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대략 국내 시장의 7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시장을 다른 업체들이 나눠서 차지하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는 LG전자와 팬택이 차지하고 있어 그 외 업체들은 설 자리가 없는 형편이다.
업계에서는 모토로라의 철수로 이 같은 불균형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국내 제조사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지나치게 높은 점유율을 가진 삼성과 애플이 양분하는 기형적인 시장"이라며 "다른 제조사가 양사의 과점에 끼어들지 못해 사업을 철수하고, 이에 따라 다시 양사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을 제외한 외국 휴대전화 제조사의 국내 시장 이탈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소니의 국내 휴대전화 시장 철수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외국계 IT기업 관계자는 "한국에서 외국계 IT기업의 '엑서더스' 현상이 벌이지고 있다는 사실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일부 업체의 독과점 상황이 되면 다양성이 사라지고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삐삐에서 스마트폰까지 왔지만 = 모토로라는 지난 1967년 서울 광장동에 모토로라 최초의 해외 반도체공장을 지으면서 국내 법인인 모토로라코리아를 설립했다.
이어 1985년에는 무선호출기(삐삐)와 차량용 이동전화(카폰) 판매를 위해 모토로라반도체통신을 세웠으며 이들 두 법인을 1998년 통합했다.
당시 모토로라는 삐삐 시장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휴대전화로 이동통신 시장이 옮겨가면서 국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1997년 모토로라가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35%를 차지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고작 0.3%의 점유율을 보인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이후 당시 유망 벤처기업이었던 팬택에 1천500만달러를 투자하고 '스타택' 등 모토로라 상표가 붙은 휴대전화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도록 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피처폰 시대가 가고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하면서는 국내 시장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초에는 모토로라 모빌리티 본사까지 사업부진으로 모토로라 인코퍼레이티드의 자회사로 분사됐다가 8월 구글에 125억달러에 인수됐다.
모토로라가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철수하면 1985년 삐삐 이래 27년만에 한국에서 이동통신사업을 접는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