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방만경영 바로잡으랬더니 공사비 삭감 왠말"LH 브랜드 이미지 실추, 부실시공 우려 등 삭감이 최선 아니다
  •  

    "LH는 부채가 142조원에 달한다.

    강력한 구조조정과
    근본적인 재무개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각오로
    혁신적 대책을 만들어달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부채절감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이재영, 이하 LH)가
    마른 수건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LH는
    지난 21일 올해 공공주택 건설원가를 줄여
    1조2,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상은
    시공 중인 114개 사업장,
    착공예정 64개 사업장,
    사업승인 35개 사업장 등  총 213개 사업장이다.

     

    LH는
    원점 재검토를 통해
    사업단계별, 주택유형별로
    건설원가를 최대 20%까지 줄일 방침이다.

     

    이 같은 LH의 방안이 발표되자,
    "결국 협력사에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 아니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LH 사업을 주로 하는 중소건설사들은
    공사비 삭감은 결국 발주액 감소로 이어지고,
    품질경쟁이 아닌 가격경쟁만 남게 될 것이라고 푸념한다.

     

    LH 협력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공기관 부채절감이란
    방만경영 등을 바로잡으란 말인데,
    공사비 삭감으로 부채를 줄이겠다는 생각이 이해가 안 간다.

    공사비에서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공사비가)과다하게 책정됐다는 뜻인데,
    LH 사업은 최저가 입찰로 이뤄져
    건설사들도 이익을 남기기보다는
    현금을 돌리기 위해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더 공사비를 낮춘다는 것은
    결국 자재를 [싸구려]로 쓰란 것이나 다름 없다."


     

    지난해 기준 국민임대주택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390만원]이다.
    LH는 현재 설계변경 등을 통해 이를 300만원 수준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번 LH의 공사비 삭감이
    [부실공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저가 자재 사용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실추]도 우려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는 최근 시공 중인 현장에 공문을 돌려
    공종에 따른 [자재 변동] 등을 요구한 상태다.

     

    예를 들어
    주거공간 전체에 마루 바닥재를 적용할 예정이었다면
    거실에만 이를 사용하고,
    나머지 방에는 장판을 쓰도록 변경하거나
    마루재를 쓰더라도 품질이 낮은 제품을 적용하란 식이다.

     

    미착공 현장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건축물의 기초가 되는
    [골조],
    [토목공사]부터 원가절감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어
    부실공사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LH가 제시한 원가 절감 방법으로
    [설계메뉴얼 변경 등을 통한 최적화], 
    [건설자재의 급 낮추기],
    [저가에 발주]하고 분양가에서 마진을 많이 남기는 방안 등이 담겼다.  

     

    신공법이 나와
    원가를 줄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결국 마감이나, 골조, 토목공사 등에서
    절감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여서 문제다."

     

    결과적으로 LH가 발표한 방식의 공사비 삭감은 
    자체 브랜드인 [휴먼시아]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가 자재 사용 등으로 품질이 저하될 경우
    다시 싸구려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리던 [주공 아파트]로
    전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휴먼시아] 브랜드가 민간 아파트의 70~8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번 공사비 삭감으로 다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LH의 움직임은
    사실상 정부의 과도한 공기업 압박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정부 차원의 [공공기관 개혁] 카드가 제시됐고,
    결국 가장 부채가 많은
    LH와 한전 등의 움직임 없이는
    개혁의 성과를 낼 수 없는 만큼,
    압박이 거세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공공기관 과다부채의 핵으로 꼽히는
    LH, 한국전력 등의 사업에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핵심사업 매각],
    [사옥매각],
    [예산절감] 만으로는
    획기적인 부채감축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이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 진출할 경우
    분양가격은 물론,
    전기 사용료 역시 오를 수 밖에 없는 등
    국민부담 가중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압박에
    LH는 보유부지 중인 [혁신도시] 등 
    미분양 사업지와
    매각이 지연되는 아파트 분양용지를 대상으로 
    민간제안을 받아 사업계획을 변경,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H의 공공성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한전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를 비롯해
    대도시권역 내 일정 규모 이상 보유 부동산을
    민간개발업자와 협의해 개발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이 역시 개발이익을
    민간사업자와 나눠먹는 것으로
    한전 몫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