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블로그 공식 해명 통해 한겨레 칼럼 반박
"정상 경영활동까지 방해하는 음모론적 시각 더 이상 없길"


삼성그룹이 정부 추진의 ‘원격의료 사업’과 관련 삼성이 배후라고 지목한 한 칼럼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7일 한겨레신문 김의겸 논설의원은 ‘박근혜와 이건희 누가 더 쎌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원격의료 정책을 삼성이 기획하고 배후 조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삼성 측은 공식 삼성블로그 ‘그건 이렇습니다’ 코너를 통해 “원격의료 정책을 마치 삼성이 기획하고 배후 조정한 것처럼 주장했다”며, “한겨레가 제기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논리 전개상 오류도 많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정부가 2009년 발표한 ‘신성장동력 종합추진계획’ 중 U헬스 부분이 정부가 아닌 삼성경제연구소의 발원지가 됐다는 주장과 관련 삼성은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우 1년에 수백 건씩 다양한 산업 동향 보고서를 내고 있으며, U헬스 보고서 역시 일상적 보고서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앞서 다른국내 연구소들도 U헬스 산업 관련 책과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으며 특히 해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관련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었다”며, “당시 보고서를 쓴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도 앞서 발표된 다른 기관 보고서들을 참고해서 작성했다고 해당 보고서에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데 2005년 고려대 U헬스사업단 출범, 2006년 아주대의료원 U헬스정보연구소 출범 등 국내 대학들도 삼성의 보고서보다 빨리 움직이고 있었고, U헬스 관련 언론보도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는 것.

삼성은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당시 보고서를 쓴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도 앞서 발표된 다른 기관 보고서들을 참고해서 작성했다고 해당 보고서에서도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아이디어를 받아주자 삼성이 2010년 의료기기 등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이미 1980년대 미국 GE의 의료기기 국내 판매를 대행하다가 1984년 이병철 선대회장의 지시로 GE와 합작으로 ‘삼성의료기기’를 설립했고 이후 양사 간 협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사업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과 GE는 1990년대 지분 재조정을 하면서 삼성이 향후 일정 기간 관련 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맺었는데, 201년 경 이 계약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의료기기 사업에 다시 진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선대회장 시절부터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삼성의 의료기기 사업을 단순히 정부 특혜를 받고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삼성 측은 꼬집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삼성이 선보인 ‘기어피트’는 심장박동을 재는 기능이 있어 원격의료를 염두해 만든 작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IT기기가 건강 관리 기능을 내장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삼성전자의 ‘기어피트’ 이전부터 나이키, 조본 등이 ‘피트’형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고 반박했다.

실제 애플과 구글도 운동과 건강관리 기능을 강화한 웨어러블 기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게 현실인데, 전세계 IT업체들이 집중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지적해 ‘원격진료 음모론’을 제기하는 건 억측이라는 게 삼성 측 주장이다.

이번 한겨레신문의 칼럼과 관련 삼성 측은 “한겨레식 주장대로라면 삼성경제연구소가 낸 모든 보고서에는 거대한 음모가 숨어 있고, 정부의 정책은 삼성의 보고서 하나에 좌지우지되며, 삼성전자가 내놓는 신제품도 다 그런 전략의 일환이 되고 만다”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이어 “삼성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감시를 넘어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이건희 회장의 생각이 박근혜 대통령의 입을 빌려 현실화되고 있는 셈’, ‘공무원들이 월급은 나라에서 받으면서 충성은 삼성에 바치는 게 아닌가’라며 음모론적 시각으로 매도하는 비상식적인 일은 더 이상 없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최근 정부 추진의 원격의료와 관련 서울의대 교수들이 잇따라 '찬성' 의견을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성형외과 허찬영 교수는 ‘국내 유헬스 원격의료, 2015년 즈음하여’라는 의견서를 통해 만성창상 환자의 원격의료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의견서는 병원 성형외과가 개발한 스마트폰과 태플릿 PC를 이용한 원격 만성창상 관리 프로그램을 3년간 60명의 피시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결과 높은 권고 일치율과 사용자 만족도 등으로 유용성이 증명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이어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이정렬 교수도 ‘안방에서 의사를 만난다면...’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한 일간지에 게재하면서 ‘원격의료 도입 찬성’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 발전 및 의료산업 융합과 경쟁력 측면에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원격진료는 의료 전산화라는 거대한 흐름 중의 하나라고 보면 된다”며, “의료분야에서 정보통신 혁명은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 흐름으로 의무기록 전산화를 비롯해 유전자 정보, 의료용 로봇, 사이버 병원 등 무수히 많은 분야가 완성됐거나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