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데일리경제 출범기념 콘서트 성료
  • ▲ (왼쪽부터) 소프라노 김지현, 바리톤 김동규, 소프라노 김순영, 소프라노 강민성 ⓒ뉴데일리
    ▲ (왼쪽부터) 소프라노 김지현, 바리톤 김동규, 소프라노 김순영, 소프라노 강민성 ⓒ뉴데일리

     
    2시간 30분 릴레이 연주에도 관객들이 폐막을 못내 아쉬워 한 공연. 오페라 아리아와 뮤지컬, 민요, 동요가 어우러져 얼마나 재미 있는 무대가 연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뉴데일리경제 출범을 기념해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27일 오후 열린 '김동규와 함께하는 쓰리 소프라노 콘서트'에는 1800여명의 관객이 참석해 감동적인 무대를 만끽했다.
     
    세계적 기량의 바리톤 김동규와 국내 대표 소프라노 3명이 모여 수놓은 '3월의 어느 멋진 밤'. 김지현, 강민성, 김순영 세 소프라노는 서로 다른 빛을 발하는 밤 하늘의 별처럼 3인 3색의 소프라노 실력을 뽐냈고 김동규는 최고의 바리톤답게 이 별빛을 안고 출렁이는 널따란 바다와 같은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 날 공연은 '클래식'하면 떠오르는 딱딱한 분위기를 탈피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 1부 공연에서는 라 트라비아타, 돈 지오반니, 메리 위도우, 일 트로바토레 등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페라·오페레타 아리아가 피아니스트 김영미의 반주로 이어지며 정통 클래식의 참맛을 전달했다.


    대부분의 오페라 갈라쇼는 사회자의 짤막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아리아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반면, 이 날 공연은 김동규의 맛깔나는 사회와 재치있는 작품 설명이 더해져 관객의 이해도를 높였다.

    1부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클래식 공연이었다면 2부 공연은 그야말로 반전의 연속이자 핵심이었다.


    2부에서는 김동규와 쓰리 소프라노들이 대중들에게 친숙한 유명 뮤지컬 넘버들을 비롯해 가요, 민요, 요들송 등을 부르며 딱딱한 클래식 공연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 던졌다.

    강민성은 뮤지컬 'My Fair Lady'의 'I could have danced all night', 김순영은 뮤지컬 '캣츠'의 대표적인 넘버 '메모리(Memory)', 김지현은 뮤지컬 '크레이지 포유'의 'I've got rhythm', 김동규와 세 소프라노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All I ask of you'를 차례로 부르며 크로스오버 가수로서의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 ▲ 김동규와 쓰리 소프라노 콘서트 ⓒ뉴데일리
    ▲ 김동규와 쓰리 소프라노 콘서트 ⓒ뉴데일리

    이 날 공연의 대미는 단연 쓰리 소프라노와 김동규가 함께 부른 세계 여행 메들리였다.


    김동규는 마치 세계 여행을 하는 여행가가 된 듯 자연스럽게 여행 이야기를 시작하며 미국, 프랑스, 스위스, 스페인, 중국, 한국 등 각국을 대표하는 익숙한 명곡들을 관객과 함께 열창했다. 관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니 객석 반응은 여느 아이돌 공연 못지 않게 뜨거웠다.  


    특히 모차르트가 파리 여행 중 듣게 된 프랑스 민요 '아, 어머님 들어주세요'의 주제에 12개의 변주를 붙여 작곡한 '반짝반짝 작은 별'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모두가 웃으면서 가수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클래식 공연, 참 색다른 분위기였다.  


    또 요들송, 홀로 아리랑 등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 이어지자 객석 분위기가 더욱 무르익었다.


    반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세계 음악 여행의 '중국' 부분에서 피아노 반주자인 한송이가 영화 '첨밀밀'의 주제가로 유명한 'I'm still loving you'를 피아노를 치며 직접 불러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했다. 한송이는 학부에서 성악을, 대학원에서 반주를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쓰리 소프라노와 김동규의 세계 여행 메들리를 끝으로 이 날 공연은 막을 내렸다.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재차 이어지는 앵콜 요청에 쓰리 소프라노와 김동규는 '볼라레(Volrare)'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두 곡의 앵콜곡을 마지막으로 폐막의 아쉬움을 달랬다.

    이 날 공연은 3가지 측면에서 큰 울림을 남겼다.

  • ▲ 소프라노 김지현 ⓒ뉴데일리
    ▲ 소프라노 김지현 ⓒ뉴데일리

    먼저, 국내를 대표하는 세 명의 소프라노 무대를 통해 같은 소프라노지만 각기 얼마나 다른 매력과 기량을 가질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김지현은 탄탄한 발성과 기본기를 바탕으로 묵직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무대를, 김순영은 부드러우면서도 감성을 터치하는 서정적인 음색을, 강민성은 극강의 고음으로 온 몸의 소름을 돋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이 날 관객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둘째는 바리톤 김동규의 천부적인 무대 운영 감각과 음악적 기량이다. 이 날 공연의 전체적인 그림과 세부적인 조율을 맞춘 것도, 클래식의 장벽을 넘어 관객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낸 것도, 클래식 공연 사회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도 모두 그이기에 가능했다. 그는 타고난 끼와 노련함으로 좌중을 압도한 것은 물론, 바리톤으로서도 최고의 실력임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마지막으로 이 날 공연은 클래식의 대중화를 이끌 강력한 콘텐트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도 클래식을 어렵고 지루하게 느끼는 관객들이 더 많다. 유행가를 흥얼거리는 사람은 많지만 오페라 아리아나 가곡을 흥얼거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고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무작정 "클래식은 좋으니 꼭 들어야 한다"는 외침 보다는 "이래도 클래식이 재미없어?"라며 실질적인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날 공연은 큰 가능성을 보였다. 공연이 끝난 뒤 집으로 향하는 관객들의 입에서는 이 날 공연에 오른 주요 곡들이 자연스레 흘러나오고 있었다. 날씨 만큼이나 아름다웠던 '3월의 어느 멋진 날'이었다.

     

  • ▲ 소프라노 김순영과 바리톤 김동규 ⓒ뉴데일리
    ▲ 소프라노 김순영과 바리톤 김동규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