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물류비 재상승에 공사비 부담 확대…지방 건설사 수익성·자금난 동시 압박지방 준공 후 미분양 2만5612가구영남권 4개 시도에 악성 물량 44.7% 폐업 신고 지방 547곳, 31.2% 급증본PF 전환 지연에 유동성 위기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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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은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연합뉴스
이란 전쟁이 격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의 악몽이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모펀드 환매 사태가 확산하면서 금융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길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영끌족과 빚투족은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곳곳에서 퍼지는 부실의 악몽이 더는 먼 발치에서 다가오는 '회색 코뿔소'아 아니라, 바로 앞에 다가온 현실일지 모른다. 미국 저명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Bofa 마이클 하넷 최고투자전략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온 나라가 '코스피 5000'에 취해 있는 동안 부실의 암덩어리는 경제 주체 곳곳에 빠르게 퍼지는 양상이다. 뉴데일리는 경제 전반에 퍼지는 실물과 금융 위기의 모습을 시리즈로 진단한다.
가뜩이나 미분양 적체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고사 위기에 몰렸던 지방 건설 시장에 이란발(發) '전쟁 쇼크'까지 덮쳤다. 이들 업체는 전쟁이라는 대외 변수가 불거지기 전부터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기존의 심각한 자금난에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까지 버티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서 지역 중소 건설사들이 무너지는 '도미노 폐업'이 피하기 어려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1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60% 상승할 경우 건축물 공사비는 1.5%, 일반 토목시설 공사비는 3%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실제 지난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28로 전년 동월 대비 1.7% 오르며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2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 역시 62.5로 2024년 5월 지수 개편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문제는 지방 사업장이 이러한 충격을 버틸 체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2026년 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576가구,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555가구로 집계됐다.이 가운데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은 2만5612가구로 전체의 86.7%를 차지했다. 전체 미분양보다 더 무거운 악성 미분양이 사실상 지방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CBSI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원가 상승과 자금 경색이라는 이중 부담이 건설 현장의 불안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며 "특히 이란 전쟁발 원가 쇼크가 장기화할 경우 단순한 수익성 악화를 넘어 지방 건설산업의 공급망 자체가 흔들리는 '공급 절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지역별 쏠림 현상은 더 뚜렷하다. 1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경남이 3537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북 3268가구 △부산 3249가구 △대구 3156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영남권 4개 시도를 합치면 1만3210가구로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의 44.7%에 달한다.다 지은 뒤에도 팔리지 않는 물량이 특정 지역에 대거 쌓여 있다는 것은 단순한 분양 부진을 넘어 지방 사업장의 수익성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지방 건설사가 더 취약한 이유는 구조에도 있다. 지역건설기업의 역내 발주공사 의존도는 2024년 기준 평균 79.5%에 달했다. 특히 △강원(89.0%) △전북(88.8%) △경북(87.7%) 등은 지역 경기와 지역 발주가 꺾일 경우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건설투자가 지방 부동산 부진의 영향으로 0.5% 내외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 업체들은 역내 발주 의존도가 절대적인데 공사비가 뛰고 미분양까지 겹치면 현금을 돌릴 여력이 사실상 없다"며 "본PF(프로젝트 파이낸싱) 전환이 막힌 상황에서 사모펀드 등 민간 자금마저 수익성을 이유로 회수에 나선다면 개별 현장 차원을 넘어 회사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이런 상황에서는 본PF 전환도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으면 브리지론 단계의 사업장은 자금 회수 일정이 밀리고 운영자금 확보 부담도 커진다.여기에 금융권의 PF 대출 한도 관리 강화까지 겹치면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현장일수록 자금조달 문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폐업 증가세는 이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집계 기준 올해 1월1일부터 3월10일까지 폐업 신고 건설업체는 856곳이었고 이 가운데 지방은 547곳이었다. 전년 동기(414곳) 대비 31.2% 늘어난 수치다.수도권이 3.7%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지방의 충격이 훨씬 크다. 지난해 종합건설업체 폐업 신고도 675곳에 달해 체력이 약한 지방 건설사부터 먼저 시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결국 이번 위기는 실물 충격이 공사비를 끌어올리고 그 부담이 지방 미분양 사업장의 사업성을 훼손하면서 자금조달 경색과 폐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실물경제의 충격이 금융 부실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지방 건설업계의 도태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