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과 시스템에 삼성DNA를 심기위한 포석
그룹총수 든든한 지원 속 '투자 통한 성장성 확보' 또는 '구조조정 후 버티기' 방향타 설정
혁신 위한 '불가피한 외부인사 영입'과 '또 다른 형태의 낙하산'이라는 의견 상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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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황 악화와 공급과잉 오너 리스크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재계에 삼성맨 영입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이들 삼성맨은 그룹총수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통한 성장성 확보' 또는 '구조조정 후 버티기'라는 방향타를 설정하고 그룹의 미래를 이끌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과 KT, 한화그룹 등이 삼성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기 위해 적잖은 공을 들였다. 특히 KT는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 삼성출신 4명을 연이어 영입해 관련업계에서는 'KT가 삼성계열사인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KT는 최근 윤리경영실에 경영진단센터를 설치하고 삼성생명 출신 최성식 전무를 센터장에 임명했다. 이 밖에 김인회 전 삼성전자 상무를 재무실장에, 최일성 전 삼성물산 상무를 KT에스테인트 대표에, 서준희 전 삼성증권 부사장을 BC 카드 대표이사에 임명했다.
일각에서는 곳간지기부터 계열사까지 포진된 인사를 두고 혁신을 위한 불가피한 외부인사 영입과 또 다른 낙하산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SK그룹도 올해 초 임형규 전 삼성전자 사장과 서광벽 전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부사장, 지난해 삼성전자 펠로 출신인 오세용 사장을 영입했다. 각각은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정보통신기술(ICT)·성장추진 총괄직 부회장, SK하이닉스 미래기술전략총괄 사장, SK하이닉스 제조기술부문 사장으로 임명됐다.
SK그룹의 경우 임 부회장의 영입을 비롯한 삼성맨 영입에 최태원 SK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됐다. 오너 부재 속에 이들 삼성맨들이 SK그룹의 사업체질 개선과 신규판로 개척, 미래 마켓쉐어 확보를 통한 '기술중심의 성장전략'을 이뤄주길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그룹도 지난 1일 신임 CEO 겸 이사회 의장에 남성우 전 삼성전자 IT솔루션 사업부장을 선임했다. 한화솔라원측은 남 대표의 글로벌 시장 개척, 경영혁신 등의 경험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선도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남 대표는 지난 2003년부터 삼성전자 경영혁신팀 임원을 맡아 공급망관리 혁신을 주도했고 2009년 컴퓨터시스템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2조7000억 원에 머물던 PC 사업을 1년 만에 4조2000억 원으로 성장시킨바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삼성맨 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들을 통해 조직과 시스템에 삼성DNA를 심기위한 것이다"며 “단기적으로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장기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노하우를 쌓은 삼성맨들을 통해 그룹의 사업체질 개선과 신규판로 개척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