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혼란 최소화 위해 지침 속히 개정할 것"누리집 등서 고용부 지침 변화 문의 쇄도
  • ▲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DB
    최근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한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노동당국의 노사 지도 지침도 수정 작업에 들어간다. 

    고용노동부는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분석하고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고용·노동 관련 지침을 변경·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23일 "이번 판결에서 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했지만 새로운 법리의 적용 여부 등이 모호한 사례도 있을 수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 지침을 개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사업체 노동력 조사, 임금 결정 현황 등 각종 통계 조사와 관련해서도 변경된 판례를 반영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통계를 관리하는 노동부 관계자는 "통상 임금에 대한 정의가 변경된 만큼 사업장이 변경 여부를 명확히 알고 답변할 수 있도록 조사 담당 과에서 항목을 일부 변경하거나 부가 설명을 넣는 식으로 안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누리집 등에는 이미 이번 판례와 관련한 고용부 지침 변화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최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는데 추후 고용부도 이에 동의하는 입장을 낼 경우 판례나 입장은 성문법이 아닌데 회사가 불이행할 시 문제가 되느냐"고 묻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 노동계 "바람직" 입장과 달리 경영계 "현장 혼란 야기" 우려 목소리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경영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양측은 국회 및 정부 등을 상대로 각자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판결을 바라보는 노사의 입장은 극명히 갈리는 모양새다.

    노동계는 복잡성과 혼란을 바로잡았다며 환영했으나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또 다른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박진서 한국경영자총협회 대변인은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신뢰해 재직자 조건 등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지 않기로 한 노사 간 합의를 무효로 만들었다"며 "현장의 법적 안정성을 훼손시키고, 향후 소송 제기 등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는 기업이 전체의 26.7%에 달하며,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연간 6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로 임금체계의 모호함과 복잡성이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실질적으로는 고정적 상여임금임에도 재직 중 등의 이유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아 많은 혼란이 있었다"며 "통상임금에 대한 복잡성과 혼란을 가져온 현실을 바로잡는 바람직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손익찬 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과거에는 회사들이 (각종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 위해 고정성을 없애는 방식을 사용해 왔다"며 "특히 2013년 대법원 판결 이후 이런 방식이 많이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기업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하려던 관행을 막고 통상임금 범위를 정상화하려는 중요한 변화로 볼 수 있다"고 했다.

    ◇ '고정성' 폐기된 통상임금 기준… "나머지 조건 변할 가능성 낮다"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의 조건 중 하나인 '고정성'이 폐기됐지만, 남아있는 정기성과 일률성 요건에 대한 해석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통상임금은 정기적이고(정기성), 모든 근로자에게(일률성), 조건 없이 고정적으로 지급(고정성)되는 임금을 의미했다.

    앞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특정 시점의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식의 조건이 붙은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고정성이 폐기되면서 지급 조건이 일부 붙어 있는 임금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의 조건 중 하나인 '고정성'이 폐기됐지만, 남아있는 정기성과 일률성 요건에 대한 해석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진서 경총 대변인은 "통상임금을 충족시키는 기준 3개 중 고정성이 늘 논란이었다"며 "나머지 기준인 정기성과 일률성은 해석이 비교적 명료하기 때문에 해당 기준이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2013년 판결을 변경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법원의 판단으로 사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며 "현재 제기된 사건에 대해서만 소급효가 적용한다고 했기 때문에 형평성의 논란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례가 임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으로 수많은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칠 점을 고려해 소급효를 제한하기로 했다. 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