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매듭 … 불확실성 해소축소설·중단설 테일러 공장 본궤도 퀄컴·엔비디아·AMD·브로드컴 오딧가동공정 여유 … 최선단 기대TSMC 대체재 시간 벌어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모습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 보조금을 확정지은 가운데 미국에 집중된 핵심 고객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도 당초 예상보단 투자금 규모를 줄여 테일러 공장 가동을 준비하지만 고객사 확보에는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2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일(미국시간) 미국 상무부와 반도체법(CHIPS ACTs)에 따라 테일러 반도체 공장 투자에 대한 직접 보조금 47억 4500만 달러(약 6조 9000억 원)을 지급받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당초 지난 4월 예비거래각서(PMT) 당시 발표했던 보조금 64억 달러에 비하면 다소 줄어든 금액이다. 삼성이 투자 계획을 일부 축소하면서 보조금 규모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여전히 투자금 대비 직접 보조금 비율은 12.7%로, TSMC나 미국기업들 보다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선 삼성이 주요 반도체 기업 중에선 가장 마지막으로 최종 계약을 체결하긴 했지만 연내를 넘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는 평을 내놓는다.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외국 반도체 기업 생산시설을 유치하면서 막대한 규모의 보조금을 약속했지만 내달 들어서는 트럼프 2기 정부는 생각을 달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TSMC, 삼성전자와 같은 외국 기업들에 너무 많은 혜택을 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보조금 지급이 해를 넘길 경우 리스크가 상당했다.

    게다가 삼성 입장에선 미국 정부의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았던 점이 상당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파운드리 산업이 독보적 1위인 대만 TSMC로 쏠림현상을 겪고 있어 후발주자인 삼성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이런 사정 탓에 삼성은 테일러 공장 가동 시점을 늦추는 동시에 투자 규모를 줄이는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22년 착공을 시작할 때만 해도 테일러 공장은 올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올초부터 본격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현재는 가동 시점을 2026년으로 미룬 상태다.

    전체 투자 규모도 꽤나 줄었다. 당초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 44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조건으로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는 예비거래각서를 체결한 것인데 중간에 일정이 늦춰지면서 최종 투자 규모를 '370억 달러 이상'으로 기준선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보조금 이슈를 마무리 짓고 테일러 공장이 문을 열게 되면 엔비디아와 AMD, 브로드컴 등 미국 주요 AI칩 기업들과 빅테크들이 누구보다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TSMC 외에 파운드리 생산능력(CAPA)과 기술력을 갖춘 곳이 사실상 삼성 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테일러 공장에는 큰 손들이 잇따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일정과 동향을 살피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 큰 손에는 삼성이 HBM(고대역폭메모리)3E 입성을 노리는 엔비디아는 물론이고 퀄컴 등 빅테크들이 상당수 포함된다고 알려졌다.

    삼성도 연말 조직개편과 인사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부에 가장 큰 변화를 추구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부 수장을 미국 영업통인 한진만 사장으로 교체하면서 미세공정 기술 선점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고객사를 확보하는 일에 더 힘을 실어주겠다는 시그널을 줬다.

    오는 2026년 가동되는 테일러 공장 로드맵에 따라 2나노미터(nm) 공정 제품에 주력한다는 계획 수정도 동반됐다. 당초 계획은 올 하반기 가동시기에 맞춰 4나노 제품에 주력하고 이에 맞춰 고객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었지만 가동 시점까지 여유가 생기면서 2나노 최선단 공정을 바라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