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1. '헛발 지원' 제2 세녹스 되나
2. 낮은 규격이 저품질 부추긴다
3. 유명무실 식별제, 가짜 석유제품 원흉
4. 줄줄 새는 세금 유사석유 연간 최소 1조 증발
5. 양두구육 정제유 '신' 빼야 -
정제유(감압정제유)는 카센터, 공장, 선박, 농가 등에서 발생하는 폐유를 정제해 만든 폐기물 에너지 중 하나로 70% 이상이 폐윤활유로 만들어진다.
정제유는 폐유를 재활용해서 생산된다는 명목으로 개별소비세를 면제받아 경쟁제품 대비 ℓ당 90원 가량 저렴한데다 지난해부터는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돼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에너지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물론 정제유 업체들은 국가의 의무를 대신해 폐기물을 수집·운반·처리함으로써 국가 및 사회의 환경을 깨끗하게 보존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세금을 감면 받는 등 정부의 혜택을 받는 것은 합당한 일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폐유 회수 촉진을 위해 폐유 수집업자에 대한 세금 감면과 보조금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가입국 중 한국만 유일하게 폐기물에너지인 정제유를 '재생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
IEA에서는 수력, 지열, 태양에너지, 해양에너지, 풍력, 고체바이오, 바이오가스, 바이오연료, 재생 도시폐기물을 재생에너지로 분류하며 산업폐기물(재생 가능하지 않은 사업장 폐기물)과 비재생 도시폐기물(도시폐기물 중에서 생물학적으로 분해 가능하지 않은 것) 등은 비재생 폐기물에너지로 분류하고 있다.
폐기물에너지가 재생에너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분해 가능성'이 관건이다.
그러나 정제유는 생물학적 분해 가능성이 거의 불가능함에도 유독 국내에서만 재생에너지로 인정받으며 RPS로 인한 혜택까지 누리고 있다.
김성현 고려대학교 화공생명학과 교수 겸 한국화학공학회장은 "음식물 쓰레기, 폐목재 등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생물학적 분해가 가능한 폐기물"이라면서 "정제유의 경우 폐유를 원재료로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분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총 발전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2012년 3.7%에 달한다. 이 중 폐기물에너지 비중은 30%를 훌쩍 넘긴다.
생물학적 분해가 불가능한 폐기물 에너지를 제외한, 즉 IEA 국제기준에 따를 경우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고작 0.7% 밖에 되지 않는다.
정부는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3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까지 확대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IEA 기준과 다른 현행대로의 신재생에너지 분류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론이다.
RPS는 신재생에너지설비를 제외한 설비규모 50만K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모든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공급토록 의무화한 제도다.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 비율은 지난 2012년 2.0% 이상에서 매년 0.5%씩 늘려 올해는 3.0%, 2022년에는 10%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RPS가 인정하는 신재생에너지에는 폐기물에너지도 포함 돼 있다. 문제는 RPS 이행시 각 에너지별 할당 비율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신재생에너지로든 RPS 의무비율만 충족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RPS를 의무 이행하는 발전소들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신재생에너지보다는 값 싸고 도입이 손쉬운 폐기물에너지 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 공급된 연료 중 정제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6%에서 지난해 38%로 급증했다. 특히 올 상반기에만 약 71%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처럼 정제유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 것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자 최근에는 정제유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해야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18일 IEA 기준에 맞춰 산업폐기물(재생가능하지 않은 사업장 폐기물) 및 비재생 도시폐기물(도시 폐기물 중 생물학적으로 분해가 가능하지 않은 것)로부터 생산된 폐기물에너지는 향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신재생에너지개발이용보급촉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해 오는 6월 국회 상임 위원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재생에너지 분류 등의 세부 내용은 산업부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하게 된다.
지난 3월 국회신성장산업포럼 주최로 광주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 토론회에서도 이와 일맥상통한 주장이 제기됐다.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이성호 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는 "IEA 회원국 28개 국가 중 폐기물을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강조하며 "IEA 기준과 한국 기준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초 발표예정인 제4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에서 에너지원별 비중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은 20% 이상으로 높이고 폐기물 비중은 20%대로 낮추는 등 에너지별 할당 비율을 정해 특정 에너지로의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대로라면 태양광, 풍력, 수력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와 폐기물에너지가 동급의 신재생에너지라는 것인데 이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짝퉁 재생에너지'"라고 강조하며 "먼저 비재생폐기물에너지를 재생에너지에서 제외시키는 등 신재생에너지원 분류를 전면 재검토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불량 정제유 논란’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5월 8일부터 15일까지 “불량정제유 논란”과 관련한 기획기사에서 “현재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의거, 부생연료유 1호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부생연료유 2호를 섞는 것은 '청정연료사용에관한고시'를 위반하는 엄연한 불법행위다”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확인결과, 석유정제업자 등의 부생연료유 판매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청정연료사용에관한고시'에는 정제유에 혼유할 수 있는 개질제의 종류나 양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감압정제유를 발전소의 기동용 유류로 생산·공급하는 업체를 회원으로 하고 있는 (사)한국석유재활용협회(이하 협회)는 “정제유 관련법률인 폐기물관리법도 정제유에 들어가는 품질개질용 첨가물(부생연료유)의 종류나 양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법 시행규칙 제14조의3제2항에 정제유의 9대 품질기준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본보는 “집진시설 설치 없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부생연료유 2호'를 섞은 '저품질 정제유'까지 등장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부생연료유 2호가 함유된 정제유를 쓸 경우 발전소 운전상 그을음 문제나 환경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정제유의 품질 기준 자체가 낮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한국전력 자회사의 발전소에서 낙찰된 기동유는 폐기물관리법상의 품질기준뿐만 아니라 발전소 실험실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여야 하고, 공급입고 차량마다 샘플을 채취하여 철저히 검증하고 있기 때문에 발전소의 규격에 맞지 않는 저품질의 정제유는 반입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부생연료유 2호를 사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가짜’라거나 ‘저품질’ 또는 ‘불량’ 정제유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본보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정제유 역시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을 받는 사실상 세녹스와 쌍둥이다. 업계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전력 수급 불안정을 초래하는 저품질의 정제유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면세 혜택을 주는 현행법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감압정제유가 석유제품에 부과되고 있는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를 면제받는 것은 폐기물 재활용 사업자로서 수집・운반비용이 적지 않고 위와 같은 세금이 부과될 경우 경쟁력을 상실하여 사업성이 없게 되는 비석유제품이기 때문”이라며 “이를 두고 세녹스와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