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품질 부생연료유2호 섞어식별제 임의 제거 후 경유로 둔갑... "사실상 탈세 원흉"
  • 글 싣는 순서

    1. '헛발 지원' 제2 세녹스 되나
    2. 낮은 규격이 저품질 부추긴다
    3. 유명무실 식별제, 가짜 석유제품 원흉 
    4. 줄줄 새는 세금 유사석유 연간 최소 1조 증발
    5. 양두구육 정제유 '신' 빼야  

  • ▲ 감압정제유 공장 전경 ⓒ클린코리아(영풍그룹 계열사) 홈페이지
    ▲ 감압정제유 공장 전경 ⓒ클린코리아(영풍그룹 계열사) 홈페이지

    '정제유(감압정제유)'가 제 2의 세녹스 논란에 휩싸였다. 정제유는 각종 세금 혜택으로 상대적으로 값이 싼데다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돼 한국전력의 5대(남부발전, 중부발전, 동서발전, 남동발전, 서부발전) 발전자회사 등 내륙발전소의 연료유 시장을 잠식해 가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끊임 없이 이어지는 저품질 논란과 함께 집진시설 설치 없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부생연료유 2호'를 섞은 '저품질 정제유'까지 등장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저품질 정제유까지 등장하면서 그을음 등 발전설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여름철 전력대란을 야기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신재생에너지'로 구분된 정제유를 '신(新)'자를 뺀 일반 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국회 차원의 움직임까지 가세하며 과거 '세녹스' 처럼 퇴출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때 '세녹스'는 친환경적 연료 첨가제로 면세 혜택을 받으며 ℓ당 1000원 수준의 싼 가격을 앞세워 시중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유사휘발유' 판정을 받아 1년 만에 시장에서 퇴출 당한 바 있다.

    세녹스 탄생 초기 당시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두 차례에 걸쳐 수억원대의 R&D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결국 '세금'을 이유로 국세청과 손잡고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특히 정유사들은 '세녹스' 방식이라면 ℓ당 500원에도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정제유 역시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을 받는 사실상 세녹스와 쌍둥이다.

    다만 카센터, 공장, 선박, 농가 등에서 발생하는
    폐유를 정제해 만든 에너지 중 하나로, 70% 이상이 폐윤활유다. 환경부는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했고, ℓ당 100원 정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무섭게 키워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에너지로 인정받아 발전소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 공급된 연료 중 정제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6%에서 지난해 38%로 급증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7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정제유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연간 생산되는 정제유의 양은 매년 비슷한 수준이다.


  • ▲ 정제연료유 연간 생산량 ⓒ에너지관리공단 '2012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 정제연료유 연간 생산량 ⓒ에너지관리공단 '2012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에너지관리공단의 '2012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정제유의 연간 생산량(판매량)은 지난 2008년 3억996만 리터, 2009년 2억805만 리터, 2010년 2억731만 리터, 2011년 2억736만 리터, 2012년 2억461만 리터로 최근 5년간 큰 변화가 없이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늘어나는 정제유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일부 정제유 업체들이 시중에 저품질 정제유를 유통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일부 정제유 업체들이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법적으로 혼유가 금지 돼 있는 저품질의 부생연료유 2호를 정제유에 섞어서 유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생연료유 2호는 1호보다 ℓ당 100원 가량 저렴하지만 고무 및 플라스틱 재질의 손상을 초래하고 연소성이 떨어지는데다, 연료사용량에 따라 환경개선부담금을 내야한다.


    현재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의거, 정제유는 인화점, 점도 등을 낮추는 품질 개선의 목적을 위해 부생연료유 1호만 일부 섞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생연료유 1호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부생연료유 2호를 섞는 것은 '청정연료사용에관한고시'를 위반하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최근 한 에너지 업체에서 일부 정제유 샘플을 분석한 결과 부생연료유 2호 착색제의 흔적이 검출됐다.

    문제는 부생연료유 2호를 정제유에 섞었는지 식별할 수 있는 현행 법정 식별제(Unimark 1494DB)를 임의로 제거할 수 있는 등 가짜 정제유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불법적인 면세 혜택을 누리며 신재생에너지로 둔갑해 버젓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가짜 정제유를 찾아낼 유일한 거름망인 법정 식별제를 제거가 불가능한 제품으로 바꾸지 않는 한 가짜 정제유 단속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의 품질 기준을 총족시키는 정제유마저도 저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 @부생연료유 1호와 감압정제유 규격 비교표
    ▲ @부생연료유 1호와 감압정제유 규격 비교표

    정제유는 경쟁제품인 부생연료유 1호와 비교시 품질 기준 자체가 낮다. 정제유의 규격을 살펴보면 부생연료유 1호와 달리 석유제품의 중요 물성인 유동점, 동점도, 증유성상, 동반부식, 밀도 등에 대한 기준이 아예 없을 뿐더러 색상, 식별제 첨가 등의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어 품질 신뢰도가 떨어진다.

    실제로 최근 한 발전소에서는 부생연료유 1호에서 정제유로 변경하자 연소불량, 그을음 과다 발생, 매연 과다 배출 등 운전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례가 전해지기도 했다.

    비용을 아끼고 RPS를 충족시키기 위해 도입한 연료가 국내 전력수급의 불안을 초래하는 위험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정제유와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자 일각에서는 정제유를 아예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해야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조경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18일 IEA(국제에너지기구) 기준에 맞춰
    산업폐기물(재생가능하지 않은 사업장 폐기물) 및 비재생 도시폐기물(도시 폐기물 중 생물학적으로 분해가 가능하지 않은 것)로부터 생산된 폐기물에너지는 향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신재생에너지개발이용보급촉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해 오는 6월 국회 상임 위원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이 향후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재생에너지 분류 등의 세부 내용은 산업부에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짜 정제유를 단속할 수 있는 신규 식별제를 도입하는 것이 일단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장기적으로 봤을때는 전력 수급 불안정을 초래하는 저품질의 정제유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면세 혜택을 주는 현행법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 신재생에너지설비를 제외한 설비규모 50만K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모든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공급토록 의무화한 제도. 2012년 2.0% 이상에서 매년 0.5%씩 늘려 2022년까지 1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함. 불이행시 과징금이 부과됨.

     

    ['불량 정제유 논란’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5월 8일부터 15일까지 “불량정제유 논란”과 관련한 기획기사에서 “현재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의거, 부생연료유 1호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부생연료유 2호를 섞는 것은 '청정연료사용에관한고시'를 위반하는 엄연한 불법행위다”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확인결과, 석유정제업자 등의 부생연료유 판매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청정연료사용에관한고시'에는 정제유에 혼유할 수 있는 개질제의 종류나 양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감압정제유를 발전소의 기동용 유류로 생산·공급하는 업체를 회원으로 하고 있는 (사)한국석유재활용협회(이하 협회)는 “정제유 관련법률인 폐기물관리법도 정제유에 들어가는 품질개질용 첨가물(부생연료유)의 종류나 양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법 시행규칙 제14조의3제2항에 정제유의 9대 품질기준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본보는 “집진시설 설치 없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부생연료유 2호'를 섞은 '저품질 정제유'까지 등장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부생연료유 2호가 함유된 정제유를 쓸 경우 발전소 운전상 그을음 문제나 환경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정제유의 품질 기준 자체가 낮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한국전력 자회사의 발전소에서 낙찰된 기동유는 폐기물관리법상의 품질기준뿐만 아니라 발전소 실험실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여야 하고, 공급입고 차량마다 샘플을 채취하여 철저히 검증하고 있기 때문에 발전소의 규격에 맞지 않는 저품질의 정제유는 반입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부생연료유 2호를 사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가짜’라거나 ‘저품질’ 또는 ‘불량’ 정제유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본보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정제유 역시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을 받는 사실상 세녹스와 쌍둥이다. 업계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전력 수급 불안정을 초래하는 저품질의 정제유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면세 혜택을 주는 현행법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감압정제유가 석유제품에 부과되고 있는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를 면제받는 것은 폐기물 재활용 사업자로서 수집・운반비용이 적지 않고 위와 같은 세금이 부과될 경우 경쟁력을 상실하여 사업성이 없게 되는 비석유제품이기 때문”이라며 “이를 두고 세녹스와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