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 제거 가능... 사실상 기능 상실가짜 경유, 저품질 정제유 식별 불가능탈세, 안전 등 다양한 문제 야기
  • 글 싣는 순서

    1. '헛발 지원' 제2 세녹스 되나
    2. 낮은 규격이 저품질 부추긴다
    3. 유명무실 식별제, 가짜 석유제품 원흉
    4. 줄줄 새는 세금 유사석유 연간 최소 1조 증발
    5. 양두구육 정제유 '신' 빼야  


  •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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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가짜 휘발유 적발 사례는 거의 사라진 가운데, 가짜 경유는 여전히 시장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가짜 휘발유의 주요 원료인 용제의 불법유통을 강력하게 차단하면서 용제 유통량이 급격히 감소해 가짜 휘발유 적발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경유의 경우 혼합물질이 다양해지고, 등유의 식별제와 착색제를 제거해 혼합하는 신종 가짜 경유 제조법이 등장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이면주유기, 홈로리차량 등을 통해 차량용 연료로 불법 전용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가짜 경유 유통량 증가에 한 몫하고 있는 상태다.

  • ▲ ⓒ한국석유관리원
    ▲ ⓒ한국석유관리원

    현재 시중에 불법으로 유통되는 가짜 경유는 전체의 약 16%로  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등유를 혼합한 가짜 경유다. 한국석유관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가짜 경유 적발 비율 중 경유에 등유를 혼합한 가짜 경유가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이처럼 가짜 경유가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석유 제품 간의 세금 차이로 인한 부당 이익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유에는 ℓ당 690원의 유류세가 붙는 반면 등유에는 230원의 유류세가 붙는다. 또 일부 불법 전용되는 용제의 경우에는 부가세 이외의 세금이 아예 없다.

    경유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제품을 섞어 가짜 경유로 유통시키면, 정상 경유 제품을 대체한 만큼의 세금 탈루가 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가짜 경유로 인한 탈루 세액이 연간 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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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이유는 가짜 경유 제조에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법정 식별제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법정 식별제인 '유니마크(Unimark) 1494DB'는 지난 2000년 12월부터 등유 식별제, 부생연료유 2호 식별제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식별제의 경우 단순 여과 방법이나 강알칼리 처리, 단순 증류와 같은 간단한 방법으로도 제거가 가능해 실제 정상 석유 제품에 불법적으로 다른 제품을 섞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등유에 혼합된 식별제를 제거한 뒤 이를 경유에 섞어 가짜 경유로 얼나든지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등유와 같은 식별제를 사용하는 '부생연료유 2호' 역시 제거가 쉬운 만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돼 면세 혜택을 받는 정제유(감압정제유)에 식별제를 제거한 후 유통시켜도 이를 적발해 내기는 불가능하다.

    결국 부생연료유 1호보다 ℓ당 100원 정도 더 싼 경쟁력(?)을 바탕으로 폐유 정제유에 섞여 판매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가짜 경유는 정상경유에 비해 품질기준이 낮은 것은 물론, 고 엔진회전수에서 출력이 2~3% 감소한다.
     또 배기가스 측정에서는 일산화탄소(CO), 질소산화물(NOx), 미연소 탄화수소(THC) 등의 배출량이 최대 20% 가량 증가해 대기오염을 유발시키는 동시에, 부식으로 인한 화재와 폭발 등의 대형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부생연료유 1호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부생연료유 2호를 섞은 정제유 역시 중유형 연료의 특성상 발전설비 가동중 그을음 발생으로 인한 환경적 측면의 문제는 물론, 설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한국석유관리원은 가짜석유류의 유통을 막기 위해 물리·화학적으로 쉽게 제거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식별제인 페트로마크(Petromark) K-1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페트로마크 K-1은 지난 2010년부터 2년간 연구 및 의견수렴과정을 거쳤으나, 최종 검토단계인 품질관리심의위원회에서 주요 성분인 테트라브로모에탄(Tetrabromoethane)의 위해성 문제가 해결되는 전제로 현재 조건부 가결된 상황이다. 
    인체에 유해한 독성 발암 물질인 브롬 성분이 2.3wt%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앞서 석유관리원은 지난해 11월 페트로마크 K-1의 위해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성현 고려대학교 화공생명학과 교수(한국화학공학회장)을 주관으로 한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식별제 위해성 검토 및 제도개선 연구'에 대한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최종보고서를 산업부에 제출한 상태다.

    보고서에 따르면 페트로마크 K-1에 포함된 테트라브로모에탄이 국내법상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의한 유독물로 규정 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취급제한 및 금지물질에는 포함 돼 있지 않으며 대기환경보전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는 사용시 제재 조항이 전혀 없는 물질로 조사됐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미 연료첨가제로 등록돼 유통이 가능하며, 환경규제가 가장 강한 유럽연합에서도 100t 미만 사용시 별도의 등록 없이 유통이 가능하다.

    김성현 교수는 "기존 식별제와 대체 식별제에 대해 단기성 독성평가를 실시한 결과, 대체 식별제의 위해성이 기존 식별제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페트로마크 K-1의 위해성이 유니마크 1494DB에 비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페트로마크 K-1이 대체식별제로 선정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뿐만 아니라 신규 식별제 선정 또한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등 가짜 경유는 물론, 같은식별제를 사용하는 부생연료유 2호의 부적절 호임 등의 문제는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교체하려고 했던 식별제(페트로마크 K-1)가 위해성 논란이 있어 현재 그 제품과 함께 제 3의 식별제를 검토 중"이라면서 "식별제는 적합성 평가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단시일 내에 신규 식별제를 선정하는 것은 힘들고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불법 석유류 유통에 대한 효율적 단속을 위해 근본적으로는 정확한 석유 제품의 유통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제거가 불가능한 대체 식별제 선정이 중요하고 시급한 이유다.

     

    ['불량 정제유 논란’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5월 8일부터 15일까지 “불량정제유 논란”과 관련한 기획기사에서 “현재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의거, 부생연료유 1호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부생연료유 2호를 섞는 것은 '청정연료사용에관한고시'를 위반하는 엄연한 불법행위다”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확인결과, 석유정제업자 등의 부생연료유 판매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청정연료사용에관한고시'에는 정제유에 혼유할 수 있는 개질제의 종류나 양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감압정제유를 발전소의 기동용 유류로 생산·공급하는 업체를 회원으로 하고 있는 (사)한국석유재활용협회(이하 협회)는 “정제유 관련법률인 폐기물관리법도 정제유에 들어가는 품질개질용 첨가물(부생연료유)의 종류나 양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법 시행규칙 제14조의3제2항에 정제유의 9대 품질기준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본보는 “집진시설 설치 없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부생연료유 2호'를 섞은 '저품질 정제유'까지 등장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부생연료유 2호가 함유된 정제유를 쓸 경우 발전소 운전상 그을음 문제나 환경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정제유의 품질 기준 자체가 낮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한국전력 자회사의 발전소에서 낙찰된 기동유는 폐기물관리법상의 품질기준뿐만 아니라 발전소 실험실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여야 하고, 공급입고 차량마다 샘플을 채취하여 철저히 검증하고 있기 때문에 발전소의 규격에 맞지 않는 저품질의 정제유는 반입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부생연료유 2호를 사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가짜’라거나 ‘저품질’ 또는 ‘불량’ 정제유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본보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정제유 역시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을 받는 사실상 세녹스와 쌍둥이다. 업계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전력 수급 불안정을 초래하는 저품질의 정제유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면세 혜택을 주는 현행법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감압정제유가 석유제품에 부과되고 있는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를 면제받는 것은 폐기물 재활용 사업자로서 수집・운반비용이 적지 않고 위와 같은 세금이 부과될 경우 경쟁력을 상실하여 사업성이 없게 되는 비석유제품이기 때문”이라며 “이를 두고 세녹스와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