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S 달성 급급한 발전소 등 수요 늘자 저품질 제품 섞어 유통
  • 글 싣는 순서

    1. '헛발 지원' 제2 세녹스 되나
    2. 낮은 규격이 저품질 부추긴다
    3. 유명무실 식별제, 가짜 석유제품 원흉
    4. 줄줄 새는 세금 유사석유 연간 최소 1조 증발
    5. 양두구육 정제유 '신' 빼야  


  • ▲ ⓒ 여수소재 재원산업 재생유 종합물류센터 전경. 출처 홈페이지
    ▲ ⓒ 여수소재 재원산업 재생유 종합물류센터 전경. 출처 홈페이지


    폐유를 정제해 만든 정제유(감압정제유)가 지난해부터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되면서 발전소를 중심으로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정제유는 목욕탕, 숙박시설 등 중소형 난방시설에 주로 공급 돼 왔으나, 지난해부터는 내륙 발전소에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전력의 5대(남부발전, 중부발전, 동서발전, 남동발전, 서부발전) 발전자회사 등 내륙발전소는 정제유를 기동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 공급된 연료 중 정제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6%에서 지난해 38%로 급증했다. 특히 올 상반기에만 약 71%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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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발전소들이 정제유 사용량을 늘리기 시작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기존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과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때문이다.

    정제유는 자동차, 선박,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폐윤활유 등 폐유를 재가공해 생산되는 에너지로,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 등의 세금을 면제 받아 경쟁제품 대비 ℓ당 약 100원 가량 저렴하다.

    또한 지난 2012년부터 본격 시행된 RPS를 이행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분류 된 정제유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RPS는 신재생에너지설비를 제외한 설비규모 50만KW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모든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공급토록 의무화한 제도다.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 비율은 지난 2012년 2.0% 이상에서 매년 0.5%씩 늘려 2022년까지 1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불이행하는 발전소에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발전소 입장에서는 값이 싸면서 RPS 과징금을 피할 수 있는 정제유를 사용하는 것이 풍력, 태양광, 신기술, ESS(에너지저장장치) 같은 별도의 설비나 투자가 필요한 다른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총 발전량 대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3.7%(2012년 기준)며, 이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약 80%를 '폐기물과 수력'이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RPS 이행시 각 에너지별 할당 비율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결국어떤 신재생에너지로든 RPS 의무비율만 충족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물, 바람, 태양, 지열 등을 이용하는, 말 그대로 진정한 신재생에너지로가 아닌 경제논리에 밀려 값이 싼 쪽으로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다 보니 정부의 큰 틀에서의 정책 방향이 더디게 갈 수 밖에 없다.

    실제 RPS 미이행으로 인한 발전소의 과징금 규모는 매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발전소의 RPS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012년도 RPS 미이행 과중금은 총 254억원을 넘어섰으며, 2013년도에는 그 2배가 훌쩍 넘는 63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값도 싸면서 RPS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제유는 발전소의 입맛에 꼭 맞아 떨어진다.

    문제는 일부 정제유 업체들이 저품질의 원료를 정제유에 섞어 유통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430여개의 업체들이 정제유를 생산하고 있다. 정제유는 폐윤활유를 정제해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인화점이 200도 이상인데다가 동점도가 5~6(㎟/s) 사이로 높아 이를 원료로 쓰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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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유로 정제유의 경우 품질 개선을 목적으로 등유에 대체하는 부생연료유를 혼유할 수 있다. 석유및대체연료사업법 43조 7항에 따르면 등유나 중유에 대체하여 연료유로 사용하는 실소비자 외의 자에게 공급하는 행위는 '유통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법의 처벌을 받게 된다.

    단, 폐기물관리법 제 25조에 따른 폐기물처리업자가 폐유를 재활용한 정제연료유의 품질 개선을 목적으로 등유에 대체하는 부생연료유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폐기물처리업자에게 공급하는 행위는 제외된다.


    여기서 '등유에 대체하는 부생연료유'는 부생연료유 1호를 가리킨다. 그러나 일부 정제유 업체들이 법에 명시된 부생연료유 1호가 아닌, 중유에 대체하는 부생연료유 2호를 섞고 있어 문제다.

    부생연료유 2호는 1호에 비해 리터당 90~100원 가량 저렴하지만, 연소성이 떨어지고 고무 및 플라스틱 재질의 손상을 초래하는 중유형의 저품질 제품이다.

    부생연료유 2호가 함유된 정제유를 쓸 경우 발전소 운전상 그을음 문제나 환경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석유재활용협회 관계자는 "법적으로 부생연료유 2호를 섞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은 없다. 석대법에 명시된 내용은 부생연료유를 유통시키는 대리점에 관한 내용"이라면서 "부생연료유 1호를 섞든 2호를 섞든 정부에서 정한 정제유의 품질 기준을 모두 통과한 제품만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제유의 규격을 살펴보면 유동점, 동점도, 증유성상, 동반부식, 밀도 등에 대한 기준이 아예 없다. 정제유의 품질 기준 자체가 낮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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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정폐기물로 버려졌던 폐유를 재활용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품질에 대한 규정은 절대 포기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제유에 저품질의 연료를 섞어 쓰는 것이 당장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발전소에 장기 공급할 경우 그을음 발생에 따른 설비상의 문제로 전력 수급 불안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폐기물 에너지를 재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용도에 따른 품질 규격을 재점검하고 면세 혜택과 신재생에너지로서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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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량 정제유 논란’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5월 8일부터 15일까지 “불량정제유 논란”과 관련한 기획기사에서 “현재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의거, 부생연료유 1호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부생연료유 2호를 섞는 것은 '청정연료사용에관한고시'를 위반하는 엄연한 불법행위다”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확인결과, 석유정제업자 등의 부생연료유 판매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청정연료사용에관한고시'에는 정제유에 혼유할 수 있는 개질제의 종류나 양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감압정제유를 발전소의 기동용 유류로 생산·공급하는 업체를 회원으로 하고 있는 (사)한국석유재활용협회(이하 협회)는 “정제유 관련법률인 폐기물관리법도 정제유에 들어가는 품질개질용 첨가물(부생연료유)의 종류나 양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법 시행규칙 제14조의3제2항에 정제유의 9대 품질기준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본보는 “집진시설 설치 없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부생연료유 2호'를 섞은 '저품질 정제유'까지 등장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부생연료유 2호가 함유된 정제유를 쓸 경우 발전소 운전상 그을음 문제나 환경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정제유의 품질 기준 자체가 낮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한국전력 자회사의 발전소에서 낙찰된 기동유는 폐기물관리법상의 품질기준뿐만 아니라 발전소 실험실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여야 하고, 공급입고 차량마다 샘플을 채취하여 철저히 검증하고 있기 때문에 발전소의 규격에 맞지 않는 저품질의 정제유는 반입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부생연료유 2호를 사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가짜’라거나 ‘저품질’ 또는 ‘불량’ 정제유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본보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정제유 역시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을 받는 사실상 세녹스와 쌍둥이다. 업계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전력 수급 불안정을 초래하는 저품질의 정제유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면세 혜택을 주는 현행법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감압정제유가 석유제품에 부과되고 있는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를 면제받는 것은 폐기물 재활용 사업자로서 수집・운반비용이 적지 않고 위와 같은 세금이 부과될 경우 경쟁력을 상실하여 사업성이 없게 되는 비석유제품이기 때문”이라며 “이를 두고 세녹스와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