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유통 경로 추가시 탈루 세액 3조7000억 추산수입 정제유도 국내 정제유와 마찬가지로 신재생에너지로 분류, RPS 인정 받고 면세 혜택
  • ▲ 가짜 석유 제조 현장 ⓒ연합뉴스
    ▲ 가짜 석유 제조 현장 ⓒ연합뉴스


    가짜 석유로 인해 사라지는 세금이 연간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4일 한국석유관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10월부터 1년 간 가짜 휘발유 3308억원, 가짜 경유 7602억원이 유통 돼 총 1조910억원에 세금이 탈루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산업연구원(KIET)이 2012년 12월 발표한 2011년도 가짜 석유 탈루 추정액인 1조727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약 1조1000억원 가량의 세금이 가짜 석유에서 새고 있음을 드러낸다.


  • ▲ 가짜 석유 제조 현장 ⓒ연합뉴스

    국내 유류세 부과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05년 18조2413억원에서 2010년 22조4295억원, 2011년 23조9876억원, 2012년 27조 1813억원으로 나타났다. 가짜 석유로 인한 세금 탈루액이 2012년 기준으로 부과된 유류세의 약 4% 가량을 축내고 있는 것이다.


    가짜 석유의 막대한 세금 탈루가 가능한 이유는 석유의 종류에 따라 붙는 세금의 차이 때문이다.


    경유에는 ℓ당 690원의 유류세가 붙는 반면 등유에는 230원의 유류세가 붙는다.


  • ▲ 가짜 석유 제조 현장 ⓒ연합뉴스


    위 표를 보면 자동차용 경유와 실내 등유 간의 세금 차이는 ℓ당 466.39원이다. 석유 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세후 유류 가격에 유통 마진이 붙어 결정된다.


    때문에 불법 석유 제조업체들이 세금이 싼 등유를 경유에 섞어 가짜 경유로 만든 뒤 유통시켜 불법적으로 세금을 탈루하고 있다.


    특히 등유를 혼합하는 가짜 경유는 제조법이 손쉬운데다 등유에 첨가된 식별제를 임의로 제거할 수 있어 시중에 유통되는 가짜 석유 중 그 비율이 가장 높다.


    현재 시중에 불법 유통되는 가짜 경유는 전체의 약 16%로 한국석유관리원의 석유사업자의 가짜 경유 적발 비율을 보면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등유를 혼합한 가짜 경유의 적발 비율이 평균 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세금 탈루액 또한 등유를 혼합한 가짜 경유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 ▲ 가짜 석유 제조 현장 ⓒ연합뉴스


    한국석유관리원이 추정한 가짜 휘발유 및 경유에 의한 탈루 세금 추정액은 1조910억여원으로 이 중 등유를 혼합한 가짜 경유의 세금 탈루액은 7084억7900만원이다. 이는 가짜 휘발유의 세금 탈루액보다 배 이상이 높은 규모다. 


    업계는 개인이 경유와 등유를 각각 구매한 후 직접 제조하는 방식 등 불법 유통 경로까지 모두 추가할 경우, 가짜 석유 탈루 세액이 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짜 석유로 인한 세금 탈루와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수입 정제유에 대한 면세 혜택이다.


    정제유는 폐유를 재활용해 생산된다는 명목으로 개별소비세 등의 세금을 면제받아 경쟁제품 대비 ℓ당 약 100원 가량 저렴하다.


  • ▲ 정제연료유 연간 생산량 ⓒ에너지관리공단 '2012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 정제연료유 연간 생산량 ⓒ에너지관리공단 '2012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지난 2012년 정제유 판매량은 2억4609만7000리터로 면세 규모는 연간 2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거기다 정제유는 지난해부터 신재생에너지로 분류 돼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를 충족시키는 연료로 인정 받고 있어 내륙 발전소를 중심으로 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정제유가 아닌 수입 정제유도 버젓이 면세 혜택과 RPS 혜택을 동시에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제유의 원재료인 폐유를 수입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예 금지 돼 있으나 국내 품질 기준에 맞는 정제유를 수입하는 것은 합법"이라면서 "외국산 정제유도 국내산 정제유와 마찬가지로 개별소비세를 면제 받고 RPS 연료로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해 만든 정제유에 대한 세제 혜택이 외산 정제유에도 차별없이 적용 돼 엉뚱한 세금 낭비를 초래하는 것이다.


    국내로 수입되는 정제유의 규모를 알아보기 위해 산업부와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에 문의했으나 관계자는 "수입 정제유의 양이 극히 미미해 통계 자료는 없고 정제유를 수입하는 각 지방청에 일일이 문의해 봐야해서 실질적으로 규모를 알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정제유 수입을 하고는 있지만 그 양이 많지 않아 전체 규모를 집계하고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아무리 양이 미미할지라도 엄연히 세금 혜택을 받는 제품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수량 파악도 안되고 있다는 것은 틈새로 새는 혈세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짜 석유로 인한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현재의 석유수급·거래상황 보고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가짜 석유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등유 혼합형 가짜 경유 단속을 위해 제거가 불가능한 식별제로 대체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와 함께 수입산 정제유에 대한 면세 혜택 등 엉뚱한 세금 낭비를 막기 위한 RPS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도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불량 정제유 논란’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5월 8일부터 15일까지 “불량정제유 논란”과 관련한 기획기사에서 “현재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의거, 부생연료유 1호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부생연료유 2호를 섞는 것은 '청정연료사용에관한고시'를 위반하는 엄연한 불법행위다”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확인결과, 석유정제업자 등의 부생연료유 판매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청정연료사용에관한고시'에는 정제유에 혼유할 수 있는 개질제의 종류나 양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감압정제유를 발전소의 기동용 유류로 생산·공급하는 업체를 회원으로 하고 있는 (사)한국석유재활용협회(이하 협회)는 “정제유 관련법률인 폐기물관리법도 정제유에 들어가는 품질개질용 첨가물(부생연료유)의 종류나 양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법 시행규칙 제14조의3제2항에 정제유의 9대 품질기준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본보는 “집진시설 설치 없이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한 '부생연료유 2호'를 섞은 '저품질 정제유'까지 등장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부생연료유 2호가 함유된 정제유를 쓸 경우 발전소 운전상 그을음 문제나 환경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정제유의 품질 기준 자체가 낮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한국전력 자회사의 발전소에서 낙찰된 기동유는 폐기물관리법상의 품질기준뿐만 아니라 발전소 실험실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여야 하고, 공급입고 차량마다 샘플을 채취하여 철저히 검증하고 있기 때문에 발전소의 규격에 맞지 않는 저품질의 정제유는 반입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부생연료유 2호를 사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가짜’라거나 ‘저품질’ 또는 ‘불량’ 정제유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본보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정제유 역시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 면제 혜택을 받는 사실상 세녹스와 쌍둥이다. 업계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전력 수급 불안정을 초래하는 저품질의 정제유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해 면세 혜택을 주는 현행법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협회는 “감압정제유가 석유제품에 부과되고 있는 특별소비세와 개별소비세를 면제받는 것은 폐기물 재활용 사업자로서 수집・운반비용이 적지 않고 위와 같은 세금이 부과될 경우 경쟁력을 상실하여 사업성이 없게 되는 비석유제품이기 때문”이라며 “이를 두고 세녹스와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