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수렴 '공주역' 단수 추천 7~8월 확정될 듯지역 정치인간 신경전이 역명 논란 시발점
-
KTX 호남고속철도 공주역(건설명) 이름이 지금처럼 공주역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충남 도내 기초자치단체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임시 건설명인 공주역 하나만 제안…채택 가능성 커
19일 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과 충남도 등에 따르면 공주시는 12일 지명위원회를 열어 현재 임시로 사용하는 KTX 호남고속철도 공주역 명칭을 '공주역'으로 심의 의결하고 결과를 철도공단에 보냈다.
공주시 관계자는 "역명은 역사가 있는 해당 지자체 의견을 수렴하게 돼 있다"며 "인근 지자체로부터 역명에 관한 의견을 정식으로 제시받은 적도 없고 공식 의결기구에서 결정된 것이므로 '공주역' 결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정식 역명은 철도공단이 운영자인 한국철도공사(KORAIL) 의견을 함께 취합해 국토교통부에 올리면 7~8월께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코레일은 9일까지 의견을 내달라는 철도공단의 요청에 답하지 않은 상태여서 공주시가 제안한 역명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역명이 공주역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공단이 9일까지 의견을 달라고 했지만, 회신하지 않았다"며 "회신하지 않은 것은 건설명인 현 공주역이 적합해 바꿀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역명은 행정구역 명칭과 역에 인접한 대표적 공공기관·시설 명칭, 국민이 인지하기 쉬운 지역의 대표명소 등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인근 논산·계룡시·부여·청양군은 공주시가 일방적으로 역사 명칭을 결정했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인근 지자체들은 역명은 지리적 여건과 함께 인근 유명시설, 이용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사항으로 '공주역' 결정은 주변지역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공주역 대신 '백제역'을 역명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지역은 백제역 역명 결정을 위해 국회 청원은 물론 공주역 역명 반대 서명운동 등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 관계자는 "역사 명칭을 놓고 인근 지자체 간 갈등과 대립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역 정치인 간 신경전이 역명 논란의 시발점
공주역 명칭은 2009년에도 논산시가 이용자 수요 등을 고려해 역사 위치와 역명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당시 논산시는 국방대 논산 이전과 육군훈련소 입영자 증가 등 여객수요를 들어 역사 위치를 논산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명도 백제문화권에 대한 홍보와 관광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백제역으로 바꾸는 걸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명을 둘러싼 집안싸움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당시 박상돈 열린우리당 의원이 남공주역 설치를 정부에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박 의원은 애초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기본계획에 분기역은 천안·아산역으로 하고 북공주 지역에 공주역을 두기로 했었다며 남공주역 설치를 주장했다. 분기역이 오송역으로 결정됐지만, 남공주 지역에 역을 신설해도 노선상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 제안은 해당 지역과 인근 지역 국회의원을 자극했고 당시 국민중심당 정진석(공주·연기), 자유민주연합 김학원(부여·청양) 의원도 역 신설에 적극 나서면서 역명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박 의원은 자신이 최초로 언급했던 남공주역으로 해야 한다는 태도였고 지역구를 둔 정 의원은 역 신설에는 공감하면서도 역명은 공주역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였다.
자민련 대표였던 김 의원은 역사 위치를 부여군과 공주시, 논산시의 인접지로 잡아야 한다면서 역명도 백제문화권 관광객 유치 등을 고려하면 백제역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정차역 신설 필요의 당위성은 같았지만, 지역 출신 정치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역명 논란을 부채질했던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코레일 관계자는 "역명 결정은 해당 지역이 아니라 역을 이용하는 이용자(국민) 입장에서 쉽게 인식할 수 있는 이름이 선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