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 "좋은제품에 집중하는 차별성이 사라졌다"…상품기획 역량 확대로 시장잡기 몰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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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2B 기업들이 사업 환경 변화로 고객사 요청에 대응하며 사업을 영위하던 기존 사업 방식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26일 재계와 LG경제연구원은 고객사가 원하는 대로 성실하게 만들어서 전달해주면 되던 B2B 기업들이 기존 틀에서 벗어나 변화를 모색할 시점이 도래했다고 밝혔다. 그간 B2B 기업들은 고객사의 구미에 맞춘 품질로 차별성을 확보하고 꾸준한 생산성 향상으로 마진스퀴즈 속에서도 안정적인 이익을 누렸다. 고객사의 판가 인하 압력에는 꾸준한 원가 개선 활동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의 환경이 변화를 거듭하면서 B2B 기업들의 사업 전략과 상품기획에 대한 절차마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 '잘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차별성이 사라지면서 상품 컨셉을 발굴해 상품화하는 상품기획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B2B 기업들이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으로 ▲사업 환경 변화와 수요 불확실성 확대 ▲B2B 기업의 경쟁대상 확대 ▲기술 경쟁의 과열로 제품 수명 주기 단축이 꼽으며 글로벌 B2B 기업들의 변화 실패의 예를 국내 기업들이 눈여겨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수요 불확실성이 높아진 예가 한때 연간 870만 대가 판매되었던 글로버러 매머드 기업 소니의 바이오 PC가 일본산업파트너스(JIP)에 매각되면서 바이오에 대응하던 대만의 부품업체들은 지금까지도 사업 지속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하고있다. 판매량 감소로 막대한 재고 부담과 함게 소니 브랜드가 사라진 바이오 PC가 시장에서 생존에 대한 판단조차 못하고 있다.

    또 B2B 기업이 싸워야 할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보수적으로 공급망을 유지하며 협력 업체와 상생을 도모하던 고객사가 조금이라도 저렴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부품기업을 찾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현재 국내 IT산업의 경우 중국 IT 부품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부품소재 분야에서 중국산 부품의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고객사의 글로벌 통합 구매가 일반화되면서 기존 기업 간 형성된 경쟁의 틀이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기술 경쟁의 과열로 제품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종전 전자시장의 주력제품이었던 TV와 백색가전의 경우 소비자들의 제품교체주기가 10년이상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IT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교체주기는 1~2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신장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B2B 기업의 상품개발 프로세스에서는 새로운 제품 개발보다는 안정적 공급 대응에 무게중심이 실렸던 것이 사실이다"며 "시장 환경 변화로 (B2B기업들의) 아이디어 발굴 과정이나 개발 효용성 확대를 강조하는 상품기획 모델을 적용하는 사례가 더욱 더 확대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B2B기업들도 상품기획 과정에서부터 마케팅에 역점을 둬야한다"며 "제품과 관련한 다양한 지식은 물론 고객사와 경쟁사의 동향을 민감하게 인식하고 기술 트렌드와 향후 시장의 전개 방향을 자사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는 독자적인 시각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