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지분율 역사적 저점 가정 시 38조원 추가 매도 가능성정치적 리스크·고환율 영향…원·달러 환율 1470원선 넘어서증권가 “국내 증시, 차익실현 압박 가중…비우호적 환경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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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와 강달러 현상 등으로 연일 약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움직임에 따라 최악의 경우 코스피가 2200대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26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4.13%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 12·3 비상계엄령 사태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이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도 3.04% 내렸다.

    투자 주체별로 살펴보면 이 기간 외국인은 4조3943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도 1조3398억원어치를 팔아치운 반면 기관 홀로 3조9523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이달 들어 원화 약세·달러 강세가 심화하면서 외국인들의 매도 압력을 키우고 있다. 통상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 환차손 리스크로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투자 매력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령 사태를 거치면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 19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5년 만에 1450원선을 넘어선 환율은 5거래일 연속 1450~1460원선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날에도 오전 9시 25분 기준 전일 종가보다 7.8원 오른 1,472.6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상승한 1467.5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9시 15분께 1470원을 넘었고 한 때 1473.5원까지 올랐다.

    이 가운데,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약 38조원 규모의 외국인 매물이 추가적으로 쏟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LS증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의 외국인 지분율은 31.3%다. 역사적 저점인 지난 2022년 9월 29.3%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대입하면 외국인의 지분율은 2%포인트 더 하락할 수 있다.

    개인·기관투자자의 반발 매수 등의 기대감은 유효하지만 지수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7월 9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코스피에서 약 23조원어치를 팔아치웠는데, 개인과 기관이 각각 11조9235억원, 7조9915억원씩 순매수했음에도 지수는 15.26% 급락했다.

    또한 지난 26일 기준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5배로 연초(0.97배)보다 10% 이상 하락했으며 2022년 9월~2023년 초(0.84~0.86배)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당시 코스피는 2200대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코스피 PBR·PER(주가수익비율)이 저점을 형성하고 있고 외국인의 비우호적인 수급 환경도 이어지고 있어 2200대 아래로의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의 외국인 지분율은 상당 폭 낮아진 레벨”이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이 외국인의 이탈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인 상승 구간에 있는 시기에는 외국인의 코스피 지분율이 하락하는 추세가 나타났다”고 부연했다.

    증시 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고환율 현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방침 시사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장기화로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연준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새로 내놓은 점도표(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 9월 전망치 3.4%보다 0.5%포인트 높은 3.9%로 제시했다. 현재 금리 수준을 고려하면 내년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한 ‘네 차례’가 아닌 ‘두 차례’ 정도만 내리겠다는 뜻이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내년 1월 금리를 25bp 추가 인하할 확률을 12.8%, 동결 확률은 87.2%로 반영했다.

    또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는 소식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재부각되고 있다.

    전일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보고하고 27일 표결을 통해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 권한대행이 국회 몫으로 선출된 헌법 재판관 3인의 대한 임명을 보류한 데 따른 것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 부담과 금일 배당락 이슈로 차익실현 압박이 더해질 것”이라며 “정치적 리스크가 재부각된 점도 부담 요인으로, 당분간 비우호적 환경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보수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