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달 코스피서 3조원가량 '팔자'비상계엄·경기 둔화 우려 속 치솟는 원·달러 환율SK하이닉스·네이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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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국내 증시를 팔아치우는 와중에도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SK하이닉스는 대거 사들였다.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네이버와 수출 실적 전망이 밝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방산주에도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쏠렸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간 코스피 시장에서 18조99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12월에도 외국인의 '팔자'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외인들은 이달 2일부터 26일까지 2조7491억원어치 순매도를 지속하며 지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8거래일 중 5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 이탈세가 지속되는 건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관세 부과 이슈와 달러 초강세 현상 영향이다. 환차손 우려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 행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67.5원에 개장해 1460원대 후반에서 등락하다가 9시 15분께 1470원대로 올라섰다. 

    비상 계엄 사태로 인한 정국 불안이 겹친 가운데 갈수록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매도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 속에서도 외국인 투자자가 적극 사들이는 종목은 있다. 

    대표적인 것이 SK하이닉스다. 외국인들은 AI 시대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SK하이닉스를 4050억원어치 사들이면서 순매수 1위에 이름을 올렸다. 

    SK하이닉스가 현존 HBM 최고 사양인 HBM3E(5세대)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미국의 엔비디아에 공급 중인 게 부각됐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악재에 둔감한 인터넷·게임 업종에도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렸다. 

    이달 외국인이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네이버로, 393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크래프톤도 797억원어치 사들였다. 

    확실한 수출 호재로 실적이 받쳐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576억원), LIG넥스원(945억원) 등 방산주들도 외국인들의 장바구니에 담겼다. 정책 불확실성 우려에도 수주 잔액이 탄탄해 외국인이 저가 매수 중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이달에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거센 매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달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2조24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에 대해 9월부터 이달 26일까지 19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이는 D램 가격 하락, 반도체 업황 부진에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에 대한 우려까지 커진 탓이다.  

    또한 KB금융(4056억원), 현대차(2441억원), 신한지주(1696억원), 하나금융지주(969억원) 등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수혜주로 꼽혔던 종목들을 대거 팔아치웠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정부의 정책 지속성까지 흔들리면서 연초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던 밸류업주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선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 강도가 높았던 상위 업종들이 대부분 12월 국내 내부적으로도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도 마진에 대한 기대가 긍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상향 조정된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 원·달러 환율의 절대적인 레벨로 인한 비관론보다는 외국인 투자자를 비롯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