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사상 최대 규모 합작 프로젝트… 추정 몸값 6조원 이상번번이 좌초된 '반 쿠팡 연대', 가장 공고한 형태 합작으로 전환그랜드오푸스홀딩스, 향후 IPO 몸값도 관전 포인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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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그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던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이 중국의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조인트벤처(합작사) 설립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는 업계에서도 거의 상상하지 못한 영역이다. 그동안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는 국내 유통시장에게 있어 침략자이자 극복의 대상이었지 협력의 대상이 아니었다.여기에는 정 회장의 쿠팡에 대한 견제 의지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의 적은 친구가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신세계그룹이 다년간 추진해온 ‘반(反) 쿠팡연대’가 새로운 형태의 협업으로 이어졌다는 관측이다.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내년 중 중국의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그랜드오푸스홀딩스를 설립할 예정이다. 그랜드오푸스홀딩스에 신세계그룹은 지마켓의 지분 100%를 현물 출자하고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은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의 지분 100%와 일부 현금을 출자할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의 지분은 5:5다.신세계그룹이 지마켓(당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때 약 3조4000억원을 쏟아 부었다는 점에서 합작법인의 기업가치는 6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유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적 협력이 추진되는 것이다.주목할 점은 신세계그룹이 알리바바와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유통업계에게 C커머스는 공공의 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C커머스는 2018년 국내 상륙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토종 이커머스 시장을 잠식해왔기 때문.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 지마켓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마켓이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은 지난해부터 C커머스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 직구를 강화해왔다.그런 신세계그룹이 전격적으로 알리바바와 협력을 택한 배경에는 정 회장의 ‘반 쿠팡 연대’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일찍이 쿠팡에 대한 대응을 위해 다양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지난 2021년 신세계그룹이 네이버와 맺은 전략적 협력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마트가 네이버와 상호 지분을 교환하는 과정에 정 회장이 직접 네이버 사옥을 찾았을 정도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2021년 쿠팡의 가장 큰 경쟁자였다.지난해에는 국내 최대 식품사인 CJ제일제당과 파트너십을 맺고 상품개발에 나서는 ‘반 쿠팡 연대’를 구축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쿠팡과 갈등으로 납품을 중단한 상태가 장기화되던 시점이었다.하지만 신세계그룹이 주도한 ‘반 쿠팡연대’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신세계그룹의 네이버와의 전략적 협업은 지마켓 인수 과정에서 이견을 보인 이후 흐지부지됐고 CJ제일제당은 지난 8월 쿠팡에 납품을 재개했다.반면 쿠팡의 성장은 폭발적이었다. 2021년 매출 20조원을 기록했던 쿠팡은 올해 연매출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신세계그룹 연간 매출을 크게 뛰어넘는 규모다.결국 정 회장이 알리바바와 파트너십 과정에서 지분 교환이나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수준이 아닌 대규모 출자를 통합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도 과거 무산된 ‘반 쿠팡연대’의 허술한 협력관계에 대한 학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물론 여기에는 매출 감소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지마켓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마켓 인수 당시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신세계그룹은 장기적으로 합작사 그랜드오푸스홀딩스의 기업공개(IPO)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연 정 회장이 ‘신 반 쿠팡 연대’를 통해 쿠팡의 견제와 지마켓의 몸값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