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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전반이 중국에 예속되는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
무역은 물론 내수 시장과 금융·부동산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이미 절대적인 수준이 됐다.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무역수지 흑자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게 70%에 달한다"면서 질문을 던졌다.
"한은이 개입하지 않는 한 외환거래량의 상당 부분이 빠른 속도로 중국 위안화로 채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 않는가"라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급진전하는 등 '달러화 중심'의 한국 경제가 '위안화 중심'으로 개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3일 한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총 수출액 6천171억달러 가운데 1천349억달러(21.9%)는 중국으로의 수출이다.
같은 해 한국의 총 수입액 5천366억달러 중 중국에서 수입한 금액은 876억달러(16.3%)다. 수출과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연 1위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 흑자규모로 따지면 1998년 7.7%에 불과하던 중국의 비중은 지난해 58.8%로 커졌다.
한국으로선 중국 없이는 수출도 수입도 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경제 구조가 된 셈이다.
내수 시장도 중국에 대한 의존은 매우 커졌다. 명동 상인들은 중국 관광객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가득찬 제주 칠성로 (연합뉴스 자료사진)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빅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일명 요우커·遊客)의 국내 카드이용액은 2012년보다 82.7% 늘었다.
430만명에 달한 요우커가 한국에서 긁은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3조8천억원에 달해 전체 외국인 카드 이용액의 약 절반(48.1%)을 차지했다.
요우커에 편중된 외국인 카드 사용은 특히 쇼핑센터·쇼핑몰(70.3%), 면세점(68.9%), 백화점 (65.7%), 할인·편의점(56.4%) 등 유통업계에서 두드러졌다.
실물 경제의 '핏줄'인 금융 부문에서도 중국 자금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천120억원을 쓸어담았다. 국가별 순매수액으로는 가장 많은 규모다.
위안화 예금 잔액은 100억달러를 돌파, 국내 거주자의 외화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달 사상 첫 20%를 넘었다. 위안화 예금은 1년 만에 약 50배로 급증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중국인이 제주도에 소유한 토지는 지난해 말 315만㎡로 2년 전의 2.2배로 넓어졌다. 미국인 소유 제주도 토지(374만㎡)와 맞먹는 규모다.
중국 사모펀드 메이퉁(美通)은 한국 부동산에 5조원을 투자한다. 제주도에 1조원짜리 빌딩 건설을 추진하는 중국 녹지그룹은 한국전력[015760] 부지에도 눈독을 들인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는 중국계 자본에 무작정 문을 열어줄 게 아니라 자본의 성격을 따져보고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