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기회 막혀 국내 업체 기회 확대 전망
  • ▲ ⓒ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

    미국과 중국이 태양광 제품에 대한 반덤핑(antidumping duty) 문제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LG전자와 현대중공업 등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중국산 제품 대신 한국과 같은 제 3국의 태양광 제품들에 대한 미국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13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및 대만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예비판정에서는 지난 2012년 중국산 셀에만 적용되던 반덤핑 관세 대상을 모듈, 잉곳, 웨이퍼까지 확대했다. 이와 함께 대만산 셀에 대해서도 높은 비율로 덤핑 판정을 내렸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을 대만에 들여와 조립·판매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회피했던 중국과 대만 태양광 업계에 모두 비상이 걸린 것.

    ◇미국, 갈수록 커지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 경쟁력 견제 나서

  • ▲ 미국 상무부의 중국산 및 대만산에 대한 덤핑 예비판정ⓒ한국태양광산업협회
    ▲ 미국 상무부의 중국산 및 대만산에 대한 덤핑 예비판정ⓒ한국태양광산업협회

     


    미 상무부가 발표한 중국산·대만산 제품에 대한 덤핑 예비판정 내용을 보면 중국 Trina Solar 26.33%, Renesola, Jinko 등은 58.87%, 기타 중국업체들은 최대 165.04%의 덤핑 관세율을 판정받았다. 대만업체들 또한 27.59~44.18%에 달하는 다소 높은 덤핑관세율을 적용 받게 될 전망이다.

    이는 예비판정이며 미국 상무부의 최종 판정과 무역위원회(ITC)의 최종 반덤핑 관세 판정은 오는 12월 15일과 내년 1월 29일에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덤핑관세율 예비판정과 최종판정 간에 약간의 변화는 있을 수 있으나 지금까지의 선례를 볼 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대만산 태양광 제품에 강력한 무역제재를 가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중국 태양광 제조업체들이 자국 내 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미국에 덤핑으로 제품을 공급하자 미국 태양광 업체들이 실적에 타격을 입으며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초 중국이 미국산 폴리실리콘에 향후 5년간 최고 5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미국이 중국에 반격을 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종합해보면, 갈수록 커지는 중국산 태양광 업체의 경쟁력을 미국이 직접 나서서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셀·모듈부터 잉곳·웨이퍼까지...국내 태양광 업체 수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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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전자

     

    미국의 중국산 제품 반덤핑 관세율 조정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분야는 셀과 모듈이다.

    중국의 중소 태양광 기업들이 높은 반덤핑 관세의 장벽에 부딪혀 수출 기회를 잃게 될 경우 이들은 중국 내수시장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중국 다음으로 높은 글로벌 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만 셀 업체들도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면 수출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셀과 모듈을 만드는 국내 셀·모듈 업체들의 호재가 예상된다. 특히 LG전자와 현대중공업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의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 후 미국으로부터의 셀·모듈 수요가 늘어나는 등 실제 효과가 있다"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감지되는만큼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시장 분위기가 뚜렷하게 바뀐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대만 반덤핑 관세로 인해 제품의 가격 하락 시기가 늦춰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미국 수출량을 늘리거나 하는 등의 구체적 계획은 없으나 사업적인 기회를 앞으로 계속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와 현대중공업 외에도 신성솔라에너지, E&R솔라 등도 수출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잉곳, 웨이퍼 업체들의 수출기회 또한 개선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Solarbuzz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웨이퍼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약 75%다. 이번에 중국산 잉곳 및 웨이퍼로 만든 제품도 함께 미국의 덤핑관세 대상이 되면서 자연적으로 국내 잉곳∙웨이퍼 업체들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잉곳·웨이퍼 생산업체인 넥솔론, SKC솔믹스, 웅진에너지, 오성LST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태양광 제품의 원재료를 생산하는 OCI와 같은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의 경우, 이번 덤핑관세 조정으로 사업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는 있으나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업계는 예측했다.

    ◇중국산 셀로 만든 국내 태양광 제품 '우회생산' 경계해야

    미국의 중국·대만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조정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에 호재가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국내 업체에 대한 경고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번에 중국산뿐만 아니라 대만산 셀도 무역제재 대상이 된 것은 중국산 제품의 우회생산을 억제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면서 "향후 중국산에 대한 미국의 무역규제가 원하던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우회생산을 억제하는 무역규제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3월, 영국의 태양광무역협회(Solar Trade Association)는 중국산뿐만 아니라 중국산 셀로 모듈을 만드는 한국 및 말레이시아 업체들도 무역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면서 "국내 모듈 업체 상당수가 중국산이나 대만산 셀로 모듈을 가공해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우회생산에 대한 무역규제의 불꽃이 한국으로 튈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하고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태양광 셀·모듈 생산업체는 20여 곳으로 이 중 국내에서 셀과 모듈을 자체 생산하는 기업은 5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업들은 중국산 셀을 들여와 모듈을 생산하고 있어 협회가 우려하는 중국산 제품 우회생산 위험에 노출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