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 "부실계열사 CP 발행 후 계열사 매입... "명백한 배임"금호아시아나 "부도 및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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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왼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 연합뉴스
금호가(家)의 '형제의 난'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 전후로 불거진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4일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박삼구 회장과 기옥 금호터미널 대표(전 금호석유 대표이사), 오남수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 및 고발장을 접수했다.
지난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 후유증 등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다. 승자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한 것.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같은 해 6월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 이후 사실상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지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427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하게 한 뒤, 이를 그룹 계열사에 매입하도록 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30일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이사회를 열어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고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은 C등급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금호석유화학의 주장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이는 '선제적인 구조조정' 프로그램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 워크아웃의 취지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또 오너를 위해 계열사에 일방적으로 피해를 전가하는 '배임' 행위며, 시장을 교란하고 경제 질서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12월 이뤄진 CP매입은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부도 및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이는 신규 자금 투입이 아닌 만기 연장의 롤오버"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박삼구 회장은 박찬구 회장과 함께 2009년 7월 동반퇴진해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당시 계열사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이뤄진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박삼구 회장은 금호그룹 창업주인 고 박인천 회장의 셋째, 박찬구 회장은 넷째 아들이다. 두 사람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다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을 분리 경영하기로 했다.
형제는 올해에만 4건의 고소·고발전을 벌이고 있다.
2월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삼구 회장의 개인 일정을 빼돌려 악의적으로 이용했다"며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 등을 고소했으며, 3월에는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박삼구 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자 금호석화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또 4월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석화를 상대로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매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8월에는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과 기옥 전 금호석화 대표, 오남수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고 박인천 회장이 '돈보다 형제간 우애가 중요하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형은 동생을, 동생은 형을 챙기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고 박인천 회장이 형제의 난을 본다면 아마도 참담해 하실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