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창 쪽 침수 발생…낡은 배 극한지역 조업 위험
  • ▲ 1일 침몰한 사조산업의 원양어선 501오룡호.ⓒ해양수산부
    ▲ 1일 침몰한 사조산업의 원양어선 501오룡호.ⓒ해양수산부

     

    사조산업㈜ 소속 명태잡이 원양어선 '501오룡호'가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침몰한 것과 관련해 낡은 배뿐만 아니라 악천후 속 무리한 추가 조업이 주된 사고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2일 해양수산부와 사조산업 사고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501오룡호는 1일 오후 2시20분께 물고기를 보관하는 어창 등에서 해수가 유입됐고, 선원들은 해수가 유입돼 배가 많이 기울자 퇴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창에 바닷물이 들어온 원인에 대해선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침몰한 501오룡호는 1753톤급 저인망어선으로 선령이 36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배의 노후화가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세계 3대 환경단체 중 하나인 세계자연기금(WWF) 박지현 해양 프로그램 매니저는 "몇 년 전 남극해에서도 사고가 발생했는데 또다시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노후한 배가 극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원양어선의 최근 극한지역 선박사고로는 2010년 12월13일 인성실업의 인성1호가 남극 로스해에서 침몰해 5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실종된 바 있다.


    특히 이번에 사고가 난 서베링해는 원양업계에서 악명이 높은 곳이다.


    베링해는 연중 평균 파도높이가 5∼6m로 높고 평균 풍속도 초속 20∼25m로 센 편이다.


    베링해에서 조업하는 원양어선은 조업 전 기상도를 받아 해역별 날씨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조업 위치와 시간을 정한다. 하지만 워낙 기상 변화가 심해 승선경력이 많은 선장도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박 매니저는 "원양어업이 3D 직종으로써 (투자는 인색한 채) 돈만 벌어오기 급급한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조산업은 우리나라 명태 어획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선박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선사 입장에서는 낡은 중고선을 들여오면 비용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인건비만 들여 어획량을 올릴 수 있어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 ▲ 침몰한 501오룡호 선사인 사조산업 경영진이 2일 사조산업 부산지사에서 실종 선원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연합뉴스
    ▲ 침몰한 501오룡호 선사인 사조산업 경영진이 2일 사조산업 부산지사에서 실종 선원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연합뉴스


    실종 선원 가족들은 악천후 상황에서 무리한 추가 조업이 이뤄져 사고가 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명탯값이 상승하고 있다 보니 러시아로부터 추가로 받은 명태 쿼터량을 채우려고 밀어내기식 조업을 했다는 의견이다.


    한 실종 선원 가족은 2일 사조산업이 수색·구조작업 상황을 브리핑한 자리에서 "사고 전 통화에서 할당받은 어획량을 다 잡았는데 선사에서 추가 조업지시를 했다고 들었다"며 "추가 조업 때문에 낡은 배가 악천후에 조업에 나섰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조산업 측은 처음에는 "관련 서류와 기록을 검토해보고 답변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나중에는 "러시아와 합의한 명태 조업량이 3만톤인데 국적선 5척이 추가로 받은 1만톤을 능력에 맞게 배분해 조업했던 것은 맞다. 정확한 추가 쿼터량은 알 수 없다"고 추가 조업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