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획량 못 채운 선사 배정량 사고팔기 관행러시아 추가 쿼터는 어업협상 때 원래 약속받은 할당량
  • ▲ 침몰한 501 오룡호.ⓒ해양수산부
    ▲ 침몰한 501 오룡호.ⓒ해양수산부

     

    사조산업㈜ 소속 명태잡이 원양어선 '501 오룡호' 침몰 원인으로 낡은 배와 함께 악천후 속 무리한 조업이 지적되는 가운데 선사 간 쿼터량을 사고파는 '전배' 관행이 무리한 조업을 부채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러시아 서베링해에서의 올해 명태 쿼터량은 4만톤이다. 한·러 어업협상을 통해 러시아 명태 쿼터량은 2009년 이후 줄곧 4만톤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는 러시아산 게의 불법교역을 문제 삼으면서 지난해는 2만톤+2만톤, 올해는 3만톤+1만톤으로 쿼터량을 나눠 할당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4월 3만톤을 먼저 할당받았고 8월 이후 협상을 벌여 10월에 남은 1만톤을 추가로 할당받았다.


    501 오룡호가 러시아 수역으로 조업을 위해 부산항을 출발한 게 7월10일이므로 조업 도중에 나머지 1만톤 쿼터량이 추가로 풀린 셈이다.


    쿼터량이 배정되면 5개 원양업체가 쿼터를 다시 쪼갠다. 이때 고기를 많이 잡는 배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어획량이 작은 배도 있어 선사끼리 할당받은 쿼터를 다시 사고파는 '전배'가 이뤄진다.


    일각에서는 원양업체 간 관행인 전배가 실종 선원 가족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무리한 조업지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501 오룡호가 선사의 추가 조업지시 때문에 낡은 선박이 악천후에도 조업에 나섰다가 화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실종 선원 가족은 지난 2일 사조산업이 수색·구조작업 상황을 브리핑한 자리에서 "사고 전 통화에서 할당받은 어획량을 다 잡았는데 선사에서 추가 조업지시를 했다고 들었다"며 "추가 조업 때문에 낡은 배가 악천후에 조업에 나섰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국내에서 명탯값이 상승하고 있다 보니 사조산업이 욕심을 부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조산업 측은 "러시아와 합의한 명태 조업량이 3만톤인데 국적선 5척이 추가로 받은 1만톤을 능력에 맞게 배분해 조업했던 것은 맞다"고 추가 조업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면서 사조산업은 "러시아가 추가로 쿼터량 1만톤을 더 주는 바람에 국내 5개 선사의 트롤어선이 조업을 연장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추가 쿼터량 1만톤은 배정 시기의 문제일 뿐 원래 한·러 어업협상에서 약속받은 물량이라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또한 11월 말 기준으로 쿼터 소진량은 76%인 3만349톤으로 기존 할당량도 다 채우지 못한 실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해 쿼터 소진량은 2만4420톤으로 배정받은 물량의 60%만을 채웠다"며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거라 쿼터량을 100% 잡을 수는 없고 선사에 따라 소진량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고 당일 악천후 속 추가 조업지시는 러시아의 쿼터량 추가 때문이 아니라 사조산업 측이 더 많은 어획량을 올리려고 관행인 전배를 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다.


    사조산업의 해명대로 501 오룡호가 현지 수역에서 조업하던 중에 러시아가 남은 쿼터량 1만톤을 추가로 푼 것은 맞지만, 이게 악천후 속 무리한 추가 조업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조산업이 어획량을 다 못 채운 선사의 배정량을 사들이는 전배를 했기 때문에 무리한 조업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