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정TV만이 아닌 VOD 등을 포함한 통합시청률 조사 시행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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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PC, 모바일 등의 기기에서 VOD(주문형 비디오)나 클립 영상을 보는 등 시청행태가 다양해 지면서 기존 시청률 산정 방식에 대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현재 시청률 조사는 고정TV에서 실시간 프로그램 시청만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정부에서는 다양한 시청패턴을 반영한 통합시청률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그러나 시청률이 광고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광고주, 플랫폼 사업자, 프로그램제공업자 등 관련업계에서는 조사 방법과 범위, 목적에 대해 각자의 입장에 맞는 의견을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4일 국회에서 열린 '시청률 조사방법, 어떻게 바꿔야 하나'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 자리에서는 통합시청률을 향한 각 업계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이날 자리에는 정부, 학계, 한국광고주협회, 콘텐츠, 지상파, 종편, 유료방송 플랫폼 대표 등이 참석해 각자의 의견을 제시했다.곽혁 한국광고주협회 상무는 "광고주들은 광고비가 어떻게 합리적으로 집행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하지만 다양한 플랫폼에 따른 단순 시청률 합산은 의미 없다"고 주장했다.
모바일, TV 등의 시청률을 따로 계산해 단순하게 합산하는 방식의 통합시청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프로그램을 보느냐가 광고주에게는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이수영 JTBC 편성팀장은 "시청률 조사는 방송산업과 언론 지형을 움직이는 지표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조사돼야 한다"면서 "통합시청률 조사가 단순히 광고주를 위한 것인지 제도 확립을 위한 것인지부터 목적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수경 CJ E&M 방송기획담당 국장 역시 명확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최 국장은 "통합시청률이 이뤄진다 해도 광고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현재 이뤄지고 있는 실시간 시청률 조사부터 올바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각 매체의 점유율 규제를 위한다면 실시간 방송 시청에 대해서만 조사해야 하며 광고시장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면 콘텐츠의 영향력을 중심으로 조사돼야 한다"면서 "규제와 광고시장 활성화는 나뉘어야 하고 통합시청률 로드맵은 계속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또한 "무엇을 위해 통합시청률을 조사하려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와 달리 통합시청률 조사는 지금으로써 성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금혜성 SBS편성기획팀 전문연구위원은 "현재 시청률을 조사하는데 있어서 맞닥뜨리는 조사 한계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급박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또 맞춰나가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그는 "각자 다른 연령, 성별,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콘텐츠를 시청하는 기기는 굉장히 다양한데 지금으로써는 어느 하나는 배제될 수 밖에 없다"며 "차근차근히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청률 조사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안전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원조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정책협력부장은 "VOD를 시청률 조사에 포함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이를 수행하는데 있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안전장치가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VOD 이용 패턴을 조사하는 것은 IPTV나 케이블방송 등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 교수는 "다중매체이용 TV 시청자의 모집단 특성 규명 △다중매체를 이용하는 시범측정 패널의 운용 △VOD 시청 측정방법 개발 △다양한 측정 자료들을 어떻게 융합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 조사 △모바일·PC 측정을 위한 타당성 제고 등의 순으로 중요도가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이 교수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관련자들이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TV시청 행태를 반영할 수 있는 통합시청률에 관한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바람직한 방안이 도출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전하며 토론회를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