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생산 석화원료 '나프타'에 최대 2% 관세 부과... "무관세 수입제품과 차별"기재부 차관회의서 상정 후 23일 국무회의 통과시 내년부터 적용정유사 부담 3600억 석화업계 전가 불가피... "60%는 중기 부담"산업계 연결고리 이해 못한 '눈 먼 정책' 비판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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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수 확보에 혈안이 된 정부가 또 다시 손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대규모 장치산업인 정유사들이 사실상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 없다는 약점을 잡아 국내 정유사 생산 원료와 수입 원료와 차별을 두는 등 가뜩이나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는 정유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8일 업계 및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에서 열리는 차관회의에서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한 관세를 최대 2% 부과하는 안이 상정될 계획이다. 이번 상정안이 오는 23일 예정된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국내 정유사들은 당장 내년부터 매년 3600억원(업계  추산) 가량의 관세를 물게된다.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는 원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정부는 그간 수입 나프타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적용해 온 만큼, 전량을 수입하는 원유로 나프타를 제조했을 시에도 국내 산업 보호차원에서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안이 통과되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에는 관세가 붙게 돼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수입을 장려하는 꼴이 된다. 장기적으로 관세가 붙지 않는 수입산 나프타를 화학사들이 직접 수입해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산 나프타에 관세가 붙게 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정유사-화학사-소비자로 전가되게 된다. 원유를 사서 나프타를 제조하는 정유사는 관세가 붙는 만큼 가격을 얹어 화학사에 공급하게 되고, 화학사는 나프타 가격이 오른만큼 이를 제품에 반영해 결국 소비자들은 그만큼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올해 국제유가가 5년만에 50달러대로 붕괴하면서 정유 4사의 정유부문 적자는 1조 원에 달한다. 또한 석유화학 제품의 가장 큰 수출국인 중국의 자급률이 급속도로 상승하면서 전반적인 정유·유화 업황은 꽁꽁 얼어붙어 언제 되살아날지 예측조차 안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상황을 고려하거나 국내 내수 산업을 보호하지 않은 채 단기간 내 세수확보를 위해 정부가 산업계를 무시한 무리한 결정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국내산 나프타에 관세를 부과하게 될 경우 직격탄을 맞는 것은 60%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정유·화학 대기업들이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거기서 걷히는 관세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부과되는 전체 관세의 60%는 중소 화학업체들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유·화학과 같은 기간산업의 특성상 한 기업이나 한 부분만 떼어내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산업과 산업간의 연결고리와 밸류체인들을 따져본다면 실제 관세로 인한 부담은 결국 소비자와 중소형 업체들이 떠안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입산 나프타에는 관세를 물지 않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은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게 관세가 없는 수입산을 쓰라고 부추기는 꼴"이라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산유국이 아닌 국가에서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산유국인 미국, 중동, 중국과 같은 국가들은 오히려 국가 차원에서 정유사를 보호하고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장려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관세를 부과하는 등 연관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협회 한 관계자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에 있어 근간은 '소비지정제주의'다"면서 "이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해외에 빼앗기지 말고 연관산업을 활성화 시키자는 뜻으로, 이번 정책은 사실상 정부가 수입제품과의 차별을 둬 국내 정유산업 및 석유화학산업을 죽이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