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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국제유가가 장중 한 때 배럴당 50달러 선이 붕괴됐다. 중동과 서방의 주요 산유국들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치킨게임'을 펼치면서 유가 하락세는 좀처럼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올 상반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물 인도분 WTI 선물은 전일보다 2.65달러 하락한 50.04달러를 기록했으며 런던 ICE의 북해산 브렌트유(Brent)는 전일보다 3.31달러 내린 53.11달러에 마감됐다.
이날 오전장에서 WTI는 배럴당 49.95달러에 계약이 이뤄지기도 해 50달러 선이 붕괴됐다. 내달 인도분 I의 배럴당 가격이 5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4월 29일 이후 처음이다.
WTI는 지난 2009년 4월 28일 49.92달러 이후 최저, 브렌트유는 2009년 5월 1일 52.85달러 이후 최저치다.
국내 원유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Dubai) 현물은 전일보다 2.29달러 하락한 50.98달러에 거래됐다. 두바이 현물유가는 2009년 4월 30일 50.06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
이날 국제 유가는 사우디의 수출 원유 판매가격(OSP) 인하와 이라크 원유 수출 증가, 러시아 석유 생산량 증가 등의 영향을 받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간 국제 유가 하락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감산 반대를 외치며 석유 공급량은 늘고있는 반면 중국, 일본, 유럽 등의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서 글로벌 수요 증가는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11월 회의에서 '감산 반대' 의지를 밝혔다. 또한 올해 예산 규모를 전년 대비 32%가량 줄이고 7500억 달러의 외화보유액을 동원하는 등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두 번째 생산 규모를 보유한 이라크의 지난해 12월 원유 수출은 1980년 이후 최다였으며 러시아의 지난해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1058만 배럴로 소련체제 붕괴 이후 가장 많았다.
공급 과잉 전망에도 불구하고 OPEC 회원국을 포함한 주요 산유국들은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감산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유가 하락 또한 계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마켓워치(MarketWatch)는 원유 투자 전문가인 스테펀 쇼크의 말을 인용해 "올해 6월, 20달러에 팔 수 있는 권리가 있는 풋옵션에도 투자자들이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럴당 원유 가격이 20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편 저유가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은 저유가로 인해 자국의 중소 셰일가스 개발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콘덴세이트 수출을 허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은 앞으로 더 많은 원유개발업체가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를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