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알지도 못하고... 판매 장려금 없어 추천 조차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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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초이스 홈페이지

    단말기 지원금 대신 요금에서 할인받을 수 있도록 시작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가 시작된 지 반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시장에서 안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이해가 부족한데다, 요금할인으로 수익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일선 유통망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통사들의 공식 온라인 몰에서 조차 요금할인 가입이 어렵게 돼 있는 것 또 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단말기 교체 비용과 사용 요금에 대한 인하 등에 지불되는 비용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요금할인 제도가 단통법 시행과 함께 시작, 6개월이 지났음에도 시장에서 안착되지 못 한 채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정부가 요금할인에 대한 비율을 기존 12%에서 20%로 올리면서 이에 대한 홍보가 이전 대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해가 부족하거나 잘못 인식하고 있었으며, 단말기 판매에 따른 리베이트(판매 장려금)로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 유통망에서는 이번 제도가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아 적극 권유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2%에서 20%로 요금할인율이 높아진 지난 24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휴대전화 요금할인이 20%로 된다, 전화하니 바꿔준다"며 "대리점에나 판매점에서 이를 거부하면 불법이니 신고하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돌았다. 하지만 정작 이를 주고받는 소비자들은 어떻게 요금할인이 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약정할인’과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지인으로부터 해당 메시지를 받은 소비자 A(54)씨는 "전화로 신청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며 "원래 받던 할인에 추가로 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는 젊은 층에서도 별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소비자 B(29)씨 역시 "이런 메시지를 받긴 했지만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른다"고 했다.

종로, 홍대, 사당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유통점에서도 이러한 제도에 대한 설명이 달랐다. 그나마 직영 대리점은 제대로 안내해 주고 있으나, 일부 판매점에서는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통3사가 번호이동, 신규가입, 기기변경 등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주된 수익으로 하고 있는 유통망으로써는 상대적으로 리베이트가 낮게 책정되는 요금할인을 추천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번호이동이나 신규가입은 약 30만원, 기기변경은 이 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리베이트를 받지만 요금할인에서는 5만~10만원 정도로 적다.

한 판매점주에 따르면 단말기를 이통사로부터 구입해 오는데 유통망 역시 출고가 수준으로 이를 들여오기 때문에 요금할인에 따른 리베이트로는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물량이 부족한 인기단말기의 경우, 20% 요금할인을 추천하기는 더욱 쉽지 않다. 

  • ▲ SK텔레콤, LG유플러스에서 가입 시 안내하는 요금할인.ⓒ각 사 홈페이지
    ▲ SK텔레콤, LG유플러스에서 가입 시 안내하는 요금할인.ⓒ각 사 홈페이지

  •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제도가 시작된 지 7개월 째 접어들고 있음에도 이통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공식몰에서 조차 일반 가입 절차와 다르게 신청이 어렵게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닌 상담이나 메모를 남기는 등으로 몇 번의 절차를 거쳐야지 가능했다. 더욱이 정부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으로 명칭을 통일했음에도 이와 다른 '선택약정할인'으로 표기하며 함께 명시하지도 않아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하기 어렵도록 돼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의 경우 화면 아래쪽 체크 포인트 안내 박스에서 '선택약정할인 적용 가능'이라고 작은 글씨로 안내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가 구매 초기부터 이를 쉽게 알기 어려울 뿐더러, 즉시 신청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단말기 지원금을 받고 구매하는 절차대로 진행하다 맨 마지막 온라인 신청서(T-gate)를 작성하는 단계에서 20% 요금할인에 대한 메모를 따로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신청한다고 인식하는 것이 아닌 일반적인 가입 신청으로 오해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

  • ▲ ⓒLG유플러스
    ▲ ⓒLG유플러스

  • LG유플러스 역시 소비자가 20% 요금할인을 알기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닌 '선택약정할인 가입안내' 메뉴에서 '상세보기'를 한 다음 뜨는 창에서 진행할 수 있다. 그나마 '가입 가능 여부 확인'은 기능이 작동하지도 않는다.  

  • ▲ KT는 가입 시 단말기 지원금을 받을 것인지 요금할인을 받을 것인지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KT
    ▲ KT는 가입 시 단말기 지원금을 받을 것인지 요금할인을 받을 것인지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KT

  • KT에서만 올레샵에서 구매 절차 단계에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으며 용어도 '요금할인'으로 통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대리점, 판매점 등 유통망에서 이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도록 하고 적용 대상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전달하는 등으로 홍보를 진행해 적극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통3사 역시 요금할인율 변경 안내를 위해 유통망에 관련 브로셔를 배치하고 소비자들이 원활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20% 요금할인이 소비자들에게 통신요금을 낮출 수 있는 좋은 제도임에도 다른 측면에서는 현재의 이동통신 유통구조 속에서 판매인들의 생계와 직결돼 이를 어렵게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어 얼마나 시장에서 공감을 얻고 확산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