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짐 졌던 2011년 첫 도전 때보다 모든 여건 좋아…덴마크와 2파전 겨뤄볼 만
  • ▲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부산항만공사
    ▲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부산항만공사


    정부가 제2의 반기문 만들기에 나섰다. 오는 6월 '세계 해양 대통령'이라는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선거가 치러지는 가운데 국제무대에서 한국 외교력의 현주소를 고려하면 이번이 한국인 사무총장 배출의 절호의 기회라는 견해다.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 출사표…덴마크 후보와 2파전 양상


    2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6월30일 치러질 유엔 산하 IMO 사무총장 선거에 6개국 6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우리나라는 임기택(59)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으로선 2011년 채이식 고려대학교 교수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IMO는 해운·조선산업과 관련한 안전, 환경, 해상교통, 보상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유엔 산하 전문기구다. 3월 현재 172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IMO는 해운·조선 관련 국제규범을 만든다. 국가별 관련 산업과 기업의 경영환경에 큰 영향을 끼쳐 세계 각국은 관련 국제규범이나 의제를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IMO 진출에 힘쓰고 있다. IMO 사무총장은 의제나 안건 상정 권한을 가진다. '세계 해양 대통령' '바다의 유엔 사무총장'으로 불린다.


    IMO 사무총장은 이사국의 암묵적 동의를 얻어 연임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올해는 현 사무총장(세키미즈 코지)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후보군은 임 사장과 안드레아스 노르세트 덴마크 해사안전청장, 안드레아스 크리소스토무 키프로스 해사국 부국장, 막시모 메지아 필리핀 해사산업청장, 비탈리 클류예프 러시아 교통부 해사운수정책국장, 주베날 시운두 케냐 정부 파견 IMO 사무국 직원 등이다. 판세는 임 사장과 덴마크 후보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선거는 40개 이사국의 비밀투표로 이뤄진다. 과반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최저 득표자가 탈락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 외교적 지원이 당락 관건…2011년 선거는 사실상 정부가 뒷짐 져


    IMO 사무총장 선거는 후보자 국가의 영향력(외교력)과 개인 역량, 지역 안배 등이 향배를 가를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국가의 외교 노력이 당락에 60~70%를 차지한다는 의견이다.


    임 사장은 해수부 해사안전국장, 주영 IMO 연락관 등의 경력이 있어 개인적인 경쟁력은 갖췄다는 평가다.
    관건은 외교적 지원이다. 2011년 채 교수가 1차 투표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신 것도 당시 정부의 외교적 지원이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채 교수는 IMO 법률위원회 의장과 국제유류오염손해보상기금(IOPC FUND) 집행위원회 의장을 지낸 경력을 바탕으로 도전했지만, 단 2표를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채 교수는 사실상 '나 홀로' 득표전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차원의 특별한 지원금도 없었고 지원활동도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다. 당시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2009년 선진 해운 10개국으로 구성되는 IMO A그룹 이사국 선거에는 차관을 수석대표로 대표단을 꾸려 득표활동을 벌였지만, 2011년 선거 때는 담당 실장을 파견하는 수준에 그쳤다. 일본이 차관을 보내 이사국 대표들과 접촉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당시 선거전을 지원했던 해수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IMO 사무총장 선거에 뒷짐을 지고 있었던 것은 외교적으로 활용할 만한 카드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당시 사실상 모든 외교적 자원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연임에 집중됐다"며 "국제무대에서 외교는 주고받기가 기본인데 우리가 IMO 사무총장 선출에 대한 지지의 대가로 줄 만한 게 없었던 셈"이라고 부연했다.


    국제무대에서 한국 외교력의 현주소를 직시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활용할 만한 외교적 자원도 부족했지만, 당시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의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우리 정부로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선거를 앞두고 해적퇴치기금이라는 명목으로 2년간 IMO에 1400만 달러의 기금을 내놓는 등 공세를 폈다. 반면 한국은 10만 달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특별기금의 명분은 해적을 퇴치한다는 것이었지만, 일본이 선거를 염두에 두고 돈 보따리를 풀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분석이다.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미국이 긴밀히 협력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일종의 물타기 전략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을 특정해 규탄하는 데 끝까지 반대하는 등 미묘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도 경쟁국이 상대적으로 해볼 만한 덴마크이기 때문에 붙어볼 만하다는 의견이다. 덴마크가 유럽연합(EU)을 배경으로 득표전에 적극적이지만, 독일이나 영국처럼 소위 EU 내 주요 국가가 아니어서 겨뤄볼 만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이번이 한국인 IMO 사무총장을 배출할 절호의 기회라는 견해다. 해수부도 지난 3월부터 특별기획팀(TF)을 구성하고 외교부와 함께 선거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임 사장은 "그동안 IMO 관련 일을 해왔고 개인적인 역량은 다른 후보 못지않게 경쟁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적 지원이 뒷받침되면 해볼 만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