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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장관회의에 참석한 여형구 국토부 제2차관 모습.ⓒ국토부
우리나라가 북한의 반대로 유라시아 철도운송을 총괄하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가입에 실패했다. OSJD 의사결정 방식이 만장일치인 가운데 회원국인 북한이 반대 견해를 보여 예견됐던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토교통부는 가입은 시간문제라는 태도다. 러시아를 필두로 OSJD 내부에서 현재의 만장일치제를 3분의 2 찬성으로 변경할 움직임이 있고 북한의 우군격인 중국이 이번에 반대하지 않았다(기권)는 설명이다. 그러나 규약 개정도 만장일치가 필요해 성급한 낙관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반대·중국 기권…한국, OSJD 회원 가입 불발
국토부는 몽골에서 열린 제43차 OSJD 장관회의에서 우리나라의 회원국 가입이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북한의 반대로 가입이 무산됐다고 4일 밝혔다. 우리나라의 회원국 가입은 지난 4월23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제30차 OSJD 사장단 회의에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최종 단계인 장관회의 의제로 채택됐었다.
손병석 국토부 철도국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측 대표단장인 여형구 국토부 제2차관이 본회의 직전 북한측 대표인 전길수 철도상을 만나 한국 가입이 남북간 철도연계성을 강화하고 북한에도 도움이 될 것임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손 국장은 "비록 올해 정회원 가입에는 실패했지만, 적극적인 가입활동을 통해 북한을 제외한 모든 회원국으로부터 한국 가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은 반대, 중국은 기권했고 러시아와 폴란드, 체코, 카자흐스탄 등 나머지 회원국은 한국 가입을 지지했다.
따데우쉬 쇼즈다 OSJD 의장은 "북한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한국을 지지하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 정회원 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귀국하는 여 차관은 이번 결과에 대해 "이번에 북한을 제외한 회원국들로부터 명시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고 회의록에 회원국들의 한국 지지의견이 공식적으로 기록된 만큼 정회원 가입에 한 발 다가섰다"며 "신입회원 가입절차를 만장일치에서 3분의 2 동의로 변경하는 것에 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된 만큼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우리나라에서 출발해 중국,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는 유라시아 대륙철도망을 구축하기 위해 OSJD 가입을 추진해왔다.
◇국토부 "가입 시간문제"…만장일치제 규약 변경조차 북한 동의 있어야
국토부는 우리나라의 회원국 가입은 시간문제라는 견해다.
손 국장은 "앞으로 2~3년 내 이르면 내년에라도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장관회의에서 비회원국 지위에도 이례적으로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공식연설 기회를 얻는 등 가입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됐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지지세력인 중국이 이번에 기권한 것도 앞으로 북한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만장일치에도 기권은 반대 표로 분류되지 않는다. 중국은 기권표로 반대 입장인 북한의 처지도 고려하면서 한국에도 앞으로의 가입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중국의 기권은 전폭적인 지지에서 한 발 빼는 모양새로 이해될 수 있다.
손 국장은 "이번에 북한은 언제까지 한국의 회원 가입을 반대만 할 순 없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국토부는 특히 OSJD 종주국인 러시아를 필두로 회원국이 현재의 만장일치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3분의 2 찬성으로 규약을 고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에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규약을 고치는데도 회원국들의 만장일치가 필요해 국토부가 상황을 성급하게 낙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이 정치적인 노림수를 염두에 두고 한국의 OSJD 가입을 반대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북한이 반대 뜻을 고수한다면 우리나라의 가입은 요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북한은 지난 사장단회의에서 한 차례 태도를 바꾼 적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역시 만장일치제인 사장단회의에서 처음부터 반대했던 북한이 마지막에 기권한 것은 당시 회의에 뒤늦게 합류한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이 최연혜 코레일 사장과의 친분으로 막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막판에 반대하지 않은 속내는 최종 단계인 장관회의가 남아있어 선택의 폭이 열려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코레일 한 고위 관계자도 "당시 분위기는 '장관회의까지는 (의제를 가져) 가자' 였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기권이 갖는 의미도 음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중국의 기권이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중국이 최종 결정단계가 아닌 사장단회의 때도 우리나라 가입에 찬성의 뜻을 명확히 밝힌 적이 없는 만큼 성급히 판단할 수 만은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중국이 국익에 따라 언제든 북한 측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견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한 관계자는 "사장단회의 통과 이후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추진과 관련해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을 독점하기 위해 한국 가입에 반대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