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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이 시행도 전에 농심(農心)에 휘청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애당초 이 법안은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차단하기 위해 출발했지만 적용범위를 대폭 늘리면서 서민경제 위축, 내수 침체 등 부작용이 지적돼 왔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10일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합리적인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국내 농축산업 대토론회'에는 여야 농촌, 어촌 지역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가 추석이나 설에 선물을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데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축·수산업계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한다"면서 "김영란법 때문에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 농축수산물이 (김영란법)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금의 피해는 어쩔 수 없지만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여야가 잘 상의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소위 김영란법이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됐고 내년 9월 부터 시행하기 위해 지금 시행령을 만들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분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기 위해 모이신 것 아니냐"고 말해 시행령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영란법은 사교, 의례, 부조의 목적의 선물은 주고 받더라도 처벌하지 않도록 장치가 마련됐다.  
    그 가액(價額)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했다. 국민권익위는 최근 토론회를 열고 과일, 한우세트 10만원을 기준으로 제안했다.

    반면 농축산 업계는 "10만원으로 제한하면 외국산 농산물만 팔리게 될 것"이라며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 적용에서 제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김재원 의원은 "전체 생산량의 40%가 추석, 설 명절 선물로 소비되는 국내 농축산물의 현실을 고려할 때 김영란법으로 인한 농축산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면서 "농축산업계를 위한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여야 모두 농축산업계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처지이다.
    이날 토론회에 여야 관계없이 국회의원들이 몰린 것도 이러한 시각을 반영한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대표를 포함해 이인제 최고위원, 장윤석, 박민수, 이윤석, 여상규, 염동열 의원 등이, 새정치연합에서도 김영록, 이윤석, 유성엽 의원 등이 자리했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 역시 11일 YTN에 출연해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가 다 태울 수 없다"면서 "고위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잡으려고 탄생한 법안인데 왜 농축수산인들이 피해를 받아야 하느냐. 김영란법으로 인한 선의적 피해가 생겨서는 안된다"고 했다.

    다만 김영란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는 이미 법이 통과된 마당에 예외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김영란법의 과잉 입법, 졸속 입법 논란이 계속됐지만 결국 통과가 됐다. 농축산업만 예외로 지정할 경우, 다른 업계에서도 분명 예외 요구가 뒤따를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