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흡연 피해 줄이는데 효과적인 '흡연공간' 마련해야
"흡연자와 비흡연자 공존해야 한다" 목소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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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력한 금연정책으로 금연구역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흡연자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전국 모든 음식점 및 커피전문점에서 실내 금연, 강남대로, 삼성역 주변 등 보행로 전면 금지 등 흡연자들은 실내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자유롭게 흡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담배 피울 곳이 마땅치 않은 흡연자들이 골목 구석구석에 모여들면서 길거리는 무분별하게 버려진 담배꽁초 투성이며, 길가는 행인들은 간접흡연으로 인해 손으로 코를 가리는 등 정부의 금연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과도한 금연구역, 비흡연자도 길거리 '흡연공간' 찬성
 
현재 서울시에 존재하는 실외 금연구역은 총 1만2141곳인 반면 흡연자를 위한 합법적인 흡연공간은 25곳으로 흡연자들에게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지난 6월2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흡연자 및 비흡연자 500명을 대상으로 흡연공간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흡연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9.9%로, '불필요하다'는 의견(20.1%)보다 약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흡연 여부에 따라 '길거리 흡연구역'의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두 집단 모두 '필요'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비흡연자(필요 80.6% vs 불필요 19.4%)가 흡연자(77.0% vs 23.0%) 보다 상대적으로 '필요'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애연가들이 마음 놓고 흡연할 수 있는 공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흡연자뿐만 아니라 간접흡연 피해를 받고 있는 비흡연자들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간접흡연 피해 줄이는데 효과적인 '흡연공간'
 
흡연구역의 효과성을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 광진구를 들 수 있다. 

서울 광진구의 경우, 지난해 말 간접흡연으로 인한 민원과 담배꽁초로 인한 주변지역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대입구역과 동서울터미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흡연부스를 설치했다. 

광진구 관계자는 "흡연부스 설치 후 간접흡연 피해가 확실히 줄었고, 주변도 깨끗해져 민원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광진구가 지난 2월 부스 설치 후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흡연자의 89%, 비흡연자의 99%가 '간접흡연의 피해가 감소했다'는 답변을 내놓는 등 흡연자나 비흡연자 모두 흡연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금연정책을 강력히 시행중인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흡연공간을 곳곳에 설치하는 '분리형 금연정책'을 시행 중이다.
 
가까운 일본은 도쿄 시내에 흡연자들을 위한 흡연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길거리 곳곳에는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유료 흡연부스가 설치되어 있고 달리는 흡연버스도 있다. 

싱가포르에서도 흡연구역을 정해두고 그 외 지역에서의 흡연은 엄격히 처벌한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스위스의 경우에도 실외지역에서는 흡연자들이 자유롭게 흡연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해 선택권이 자유롭다.
 
◇'흡연공간', 국민이 원해도 소극적인 정부
 
반면 담뱃값 인상 8개월째, 실외 흡연 구역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직까지 흡연구역 설치에 소극적이다. 보건 당국은 각 지자체에 공을 넘긴 채 뒷짐만 지고 있으며, 지자체에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등의 이유로 꺼려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금연 정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흡연 구역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기가 쉽지 않다"면서"지자체들이 각자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흡연자들은 흡연이 불법도 아니고 정부가 담뱃세를 올려 세금을 더 걷어 가는데도 불구하고 흡연권을 보장해주지 않는 정부정책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H사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정모씨(38세, 남)는 "올해 담배로 인한 세수는 지난해보다 4조 원가량 증가한 11조원 정도로 알고 있다"며 "모두 흡연자들이 낸 세금인데도 불구하고 흡연자를 위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담뱃세 인상분 일부를 흡연공간을 만드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비오 담배소비자협회 정책부장은 "담뱃값 인상의 수익이 금연 정책 중심으로 쓰이는 것을 인정하지만 부족한 흡연 공간으로 담배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권리가 무시당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금연구역만 남발하지 말고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흡연 구역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비흡연자들도 흡연공간 설치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서울 종로구 H아파트에 사는 비흡연자 박모씨(33세, 여)는 "길거리에 꽁초들이 수북이 쌓여 있고, 점심시간 흡연자들이 줄지어 흡연을 하고 있어 고통을 겪고 있다"라며 "흡연구역을 통해 이러한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국회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은 모든 음식점 전면 금연정책으로 인해 길거리 흡연이 늘어난 것과 관련해, 금연구역 안에 흡연시설을 설치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최 의원은 "정부가 충분한 대책 없이 실시한 금연정책으로 인해 비흡연자, 흡연자 모두 고통 받고 있다.이 법안이 통과돼 유동인구가 많은 금연구역내에 흡연실이 설치되어 국민들의 혐연권이 보장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