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높고 절차 까다로워 서민들 '외면'
  • 정부가 2년 전 서민주거안정 대책으로 마련한 월세 대출 상품이 올해 7월말 기준 11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리도 시중 주택담보대출 보다 높은 데다가 세입자의 임차 보증금에 은행이 질권(담보)을 설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거 복지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 없이 시장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계획을 내놓다 보니 실효성을 갖춘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월세 대출' 2년 반 동안 40건 성사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이학영 의원에게 제출한 2013~2015년 월세 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7개 시중은행에서 2년여 동안 판매된 월세대출 건은 40건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에 기업은행의 IBK월세대출, 농협은행의 NH월세자금대출은 단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2015년 7월말 기준 대출건수는 총 11건으로 대출잔액 900만원에 평균금리(잔액기준)는 5.3%으로 나타났다. 7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평균 2.96%)와 비교하면 2%P 이상 높다.

     

  • ▲ 2013년부터 2015년 7월말 기준 시중 은행의 월세 대출 현황ⓒ 새정치연합 이학영 의원실
    ▲ 2013년부터 2015년 7월말 기준 시중 은행의 월세 대출 현황ⓒ 새정치연합 이학영 의원실



    월세 대출을 신청자들은 소득수준이 낮거나 기존 대출이 많은 경우가 많아 위험 부담이 커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은행들은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서를 발급 받은 뒤에야 월세대출을 진행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월세대출 평균금리는 2013년 첫 출시 당시 5.8%에서 출발해 2014년 5.7%, 2015년 5.3%로 소폭으로 하락하는 모습이지만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등 각종 이자율 인하 추세에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역시 2015년 7월말 기준으로 시중은행의 월세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은행은 대출건수 3건, 대출잔액 3900만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대출 4건, 대출잔액 3000만원, KB은행 대출건수 3건, 대출잔액 2100만원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우리월세안심대출, 신한월세보증대출로 각각 3년간 14건을 판매했다. 

    하나은행 역시 3년 간 1건씩 총 3건을 성사시켰고, 외환은행은 2013년, 2014년 각각 1건씩 판매했지만 2015년엔 실적이 없었다. 이밖에 국민은행은 2014년과 2015년 통틀어 5건의 월세대출을 진행했다.


    ◇ 금융권 "절차 복잡해, 마이너스 통장 이용"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월세대출상품은 국토부의 주거안정월세대출(금리 1.5%)과 시중은행의 월세대출로 구분된다.

    국토부의 상품은 금리는 낮지만 대출 한도가 월 30만원으로 2년 동안 최대 720만원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월세 30만원으로 방을 구하기 어렵고 취업준비생, 무소속자 등으로 대상을 제한해 이용자가 적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기금 운용을 맺은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농협 등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다. 올 1월 출시된 이 상품은 지난 8월말까지 167건 거래되는데 그쳤다.

    시중은행의 월세 대출 상품은 마이너스통장 개념으로 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매달 월세가 50만원이라면 집주인에게 매달 은행에서 50만원씩 월세를 내주고 2년 뒤 1200만원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구조이다. 금리는 신용등급에 따라 3.87%~5.49%이다.

    또 월세 대출을 위해서는 세입자의 임차 보증금에 은행이 담보를 설정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름만 월세를 위한 통장이지 소비자가 사용하려고 하면 제한이 많아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게 더 편해 월세대출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월세 대출을 정부가 지원하려면 대상과 금액을 현실에 맞게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