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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부터 후반기 국감이 시작된다. 지난 23일 마무리 된 전반기 국감을 취재하면서 놀란 점은 국회의원들의 '조급증'이었다. 국감을 진행하는 의원들에게 한 번에 주어지는 질의시간은 5~7분 정도다. 오전·오후·보충질의를 모두 합쳐도 총 질의시간은 20분 남짓이다.
이러한 시간 제약 때문에 의원들은 증인에게 원하는 답변을 얻기 위해 막말과 망신주기 등을 동원할 때가 많다. 증인의 설명을 귀 기울이는 분위기는 처음부터 기대할 수 없다. 전반기 국감에서 의원들이 증인을 무시한 몇 가지 사례만 열거해봐도 다음과 같다.
지난 14일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감에서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모의 권총을 주며 "조준부터 격발까지 해보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답변이 길어지자 "질의시간 다 잡아먹는다. 얼굴은 빨개지셔 가지고"라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지난 15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김병수 국토교통과학기술원장에게 질의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김 원장의 답변 도중 "(내용)하나도 모르시네", "진흥원 일이 왜 그래요"라며 면박을 줬다.
이처럼 의원들의 질의 태도가 고압적이어서 국감에 불려나오는 증인들이 모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국감이 마치 피의자를 수사하는 것 같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국정감사에서 입장을 듣기 위해 부른 증인들에게 주어진 답변 시간은 채 1분이 못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선하겠다", "살펴보겠다" 식의 답변이 끝나기 무섭게 의원들은 재차 준비해온 원고를 줄줄 읽어나간다. "네", "아니오" 식의 원하는 답변이 잭깍 나오지 않을 때는 불호령이 떨어지기도 한다.
주어진 시간 질의를 마쳐야 하는데 구체적인 설명이 들어간 '긴 답변'이나 예상 외 대답은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반기 국감 때 예외적으로 답변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은 경우도 있었다.
지난 17일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답변에 회의 참석자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신 회장의 말을 중도에 끊거나 비아냥, 인신공격하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순환출자 고리 해소, 경영권 분쟁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질의가 오고 갔다.
이날 신 회장이 출석한 정무위는 국회 방송을 비롯해 지상파·종합편성채널 등에서 생중계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모습이 생중계 되는 상황은 공인인 국회의원들이 부담스러웠을 법 하다. 또 상대가 재벌 총수라는 직위도 적잖이 작용했을 공산도 크다.
후반기 국감에서는 전반기 못지 않게 정부와 공공기관을 포함해 기업인들의 출석도 예고하고 있다. 생중계보다 강력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담당하는 언론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