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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은 매력적인 제목을 지녔다.
우리가 입으로 말하는 말과, 해변에서 뛰어다니는 그 말을 이중적인 의미로 쓰인 부분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이 부분을 통해서 전언을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을 포착할 수 있었다.
'어떤 나무의 말'의 가지는 가는데, 가늘어질 때로 가늘어져서 더는 쪼갤 수 없도록 되었다는 말이 감각적인 부분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나무가 약자처럼 느껴지는 것은 존댓말과 하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말투에서 약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느낌이 들어서 슬프고 간절한 시 라고 생각이 든다.
'뿌리로부터' 는 점점 상승되는 분위기다. 뿌리로부터 멀어질수록 쉽게 생기고 없어지는 즉 근본적인 것에서 부터 멀어지면서 언제라도 흩날릴 준비가 된, 어쩌면 자유를 얻은 동시에 그 만큼의 대가를 치를지도 모르는 것을 이야기한다.
'호모 루아'는 히브리말로 숨결, 입김을 뜻한다고 한다. 우리말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 단어를 가지고 왔다. 분위기 조성을 위한 단어 선택이라면 작가의 의도가 어느정도 받아드린점이 있다.
'어둠이 아직'은 우주라는 커다란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잠언으로 흐르지 않아서 좋았다.
'취한 새들'의 가장 좋은 문장인 곳은 ‘출근길의 교통사고처럼 곧 잊히고 마는 일’이다. 일상적인 말이 더 '시 '같다
'불투명한 유리벽'은 예고된 이별이 아니라서 더 서글프게 느껴진다. 이별의 대상의 아픔까지도 느낄 수 있는 주체의 그리움이 절절하고 애처롭다. 이 시의 작위는 없었다. 또 죽음으로 부재의 대상이 화장당하는 것과 스스로도 타들어가는 마음이 부재자의 얼굴로 오버랩이 되면서 슬픔을 증폭시켜놓고 끝이 나버린다. 누군가의 부재로 힘들어하면서도 단단해지고자 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다시, 다시는' 의 2연에 <네 삶의 비밀번호> 부분이 나오는데, 삶과 비밀번호의 상징이 큰데, 이 두 단어가 합쳐지는 부분이 아쉽긴 하지만, 이 부분을 제외한 곳은 좋은 이미지들이 눈에 띈다. 3연은 신발, 접시, 빨래, 화초, 책과 노트 등 다채로운 색감이 느껴지는 장점이 있다.'그들이 읽은 것은' 이 시는 늘어놓는 것들에 대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부분이 연상이 되고 스토리가 된다. 늘어놓기만 한 것이 아니다. 1연에서는 교도소가 장례식장과 청과물시장 사이에 있다고 시작이 된다. 그리고 비에 젖은 몇 편의 시를 이라고 끝맺음이 되는데 사실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작위적과 감상의 선을 자꾸 넘어갔다가도 분위기나 작가자신만의 푼크튬을 독자에게 찔러 넣으면서 시가 안정적인 흐름을 잘 타고 있다.
이 시집은 바다의 이야기가 유난히 많았고, 감상적으로 흐르는 부분이 분명 많이 존재 했음에도 그것 너머의 것들이 시집에 잘 녹아들었기 때문에 그것들이 무색해진다. 또한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시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능력이 놀랍다. 아무것도 아닌 소재나 물건들이 살아 움직인다. 시안과 분위기 소재나 물건 등이 모여 차곡차곡 쌓이는 지층 같은 시집이다.
시인 나희덕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시집으로 『뿌리에게』『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그곳이 멀지 않다』『어두워진다는 것』『사라진 손바닥』, 시론집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산문집 『반통의 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