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공급 위한 규모의 경제 필요… 국제규범 정립을 통한 사용 권고 추진 눈길
  • ▲ 보급된 생분해성 참조기자망.ⓒ해수부
    ▲ 보급된 생분해성 참조기자망.ⓒ해수부


    생분해성 어구 사용은 해양생태계 훼손을 방지하고 유령어업 등 폐어구로 말미암은 수산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일거다득의 방법이다.

    그러나 생분해성 어구 보급은 생각만큼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 않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이 수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어선 1척당 생분해성 어구 평균 보급률은 지난 8월 현재 38.2% 수준이다. 자망(걸그물) 보급률이 48.0%, 통발은 28.4%로 나타났다.

    생분해성 어구가 처음 개발된 200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주요 보급대상 어선의 보급률을 보면 대게 자망은 586척 중 412척이 보급돼 70.3%를 보였다. 반면 참조기 자망은 150척 중 14척, 붕장어 통발은 645척 중 20척으로 보급률이 각각 9.3%와 3.1%에 불과한 실정이다.

    해양수산부는 계속해서 생분해성 어구 보급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는 연근해어선 총 407척을 대상으로 8종류의 생분해성 어구를 보급했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앞으로 10년간 한·중, 한·베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대책의 하나로 총 104억원을 투입해 생분해성 어구를 보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게 자망, 가자미 자망, 참조기 자망, 붕장어 통발 등 어민 만족도가 높은 어구를 우선 보급할 예정이다. 대게 자망의 경우 현재 대게 조업 어선의 70% 수준까지 보급한 것을 100%로 확대하고, 어선 1척당 보급률도 현재의 53% 수준에서 100%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생분해성 어구 나일론 어구보다 2배 이상 비싸… 연관 산업 기반 미흡해 편의성도 떨어져

    생분해성 어구 보급 확산의 최대 걸림돌은 나일론 어구보다 비싼 가격이다.

    올해 기준단가를 적용했을 때 대게 자망은 생분해성 어구가 개당 6만8100원으로 나일론 어구 2만7300원보다 2.5배 비싸다. 붕장어 통발은 생분해 어구가 6250원으로 나일론 어구 1860원보다 3.4배나 비싸다. 단가 차액이 비교적 적은 붉은 대게 통발도 생분해 어구가 3만5000원으로 나일론 어구 1만8900원의 1.8배 수준이다.

    나일론 어구보다 2배 이상 비싼 공급가격 탓에 정부의 예산지원 없이는 사업확대에 어려움이 있다.

    해수부는 나일론 어구 가격의 20%를 생분해성 어구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해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2013년부터 10%로 낮아졌다. 나머지 10%는 지방자치단체 자율로 줄 수 있게 지침을 개정했으나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상태로 말미암아 사실상 지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적으로 인센티브를 20%로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대목이다.

    수요가 적다 보니 나일론 어구처럼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시장성이 형성되지 않은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나일론 어구 공급업체는 전국적으로 다수가 분포하고 있지만, 생분해성 어구 공급업체는 국내 10여개 업체에 불과하다. 어구 공급이나 사후 처리 등에서 어민의 편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일론 꽃게 자망 등 특정 어구의 경우 외국에서 완제품을 수입하므로 조업을 위해 별도의 작업이 필요치 않다. 반면 생분해성 어구는 구매한 그물을 어구 조립업체에 의뢰해 사용 목적에 맞게 추가로 작업을 해야 하는 데다 국내 어구시장이 수입에 의존하면서 조립할 수 있는 작업장도 지역에 따라 제한적인 형편이다.

    수요가 늘지 않으면서 방사(실뽑기)·편망(그물뜨기) 등 관련 생산업체들이 해수부의 어구 보급사업에 크게 의존하는 등 산업기반이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어구 교체가 어업소득과 직결되다 보니 어민이 생분해성 어구의 어획성능을 믿지 못하는 등 새로운 어구를 사용하는 데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점도 생분해성 어구 확산을 막는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총 4회에 걸친 어획성능 비교실험에서 PBSAT 공중합체로 만든 생분해성 어구는 나일론 어구보다 평균 1.7배 많은 어획량을 보였다.


  • ▲ 나일론 그물과 PBSAT 그물 어획성능 비교.ⓒ해수부
    ▲ 나일론 그물과 PBSAT 그물 어획성능 비교.ⓒ해수부


    ◇생분해성 어구 사용 의무화 등 보급 확대 절실… 해수부, 국제규범 정립 추진

    생분해성 어구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어구 성능 개선과 함께 생산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선 생분해성 어구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어민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일각에서는 자망, 통발 등 유령어업을 유발하는 특정 업종과 주요 산란·서식지에 대해 생분해성 어구 사용을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수부는 큰 틀에서 생분해성 어구 사용을 권고하는 국제규범 정립을 추진하고 있다. 생분해성 어구 생산에 관한 원천기술을 토대로 수출을 꾀하고 연관 산업도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5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해양개발위원회(ICES)-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어업기술 실무위원회 회의에서는 '유령어업과 혼획 저감을 위한 생분해성 어구 개발'이라는 주제로 생분해성 어구를 소개해 호응을 얻었다. 노르웨이 수산연구원(SINTEF)은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노르웨이 바다에서의 대구·넙치·아구 등 자망 어업에 생분해성 자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삼성정밀화학 등 5개 기관은 내년부터 2018년까지 12억원을 들여 공동 연구과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신소재 개발을 통한 기술력 확보는 물론 아이슬란드, 캐나다 등 노르웨이와 해양 환경이 유사한 다른 국가로의 생분해성 어구 파급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제회의나 심포지엄 등을 통해 생분해성 어구 개발 현황과 연구성과를 알릴 계획"이라며 "내년 6월께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수산대회(WFC)에서도 생분해성 어구를 집중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어민이 믿고 쓸 수 있게 지속해서 생분해성 어구의 성능을 개선하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신소재 개발에도 힘쓰겠다"며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조금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생산업계도 생산공정을 개선해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게 지원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 생분해성 자망의 생산(편망) 공정.ⓒ해수부
    ▲ 생분해성 자망의 생산(편망) 공정.ⓒ해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