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여 만에 황좌 복귀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다시 100만원 밑으로국내 증시 '한때' 황제주들, 실적 악화·소홀한 배당 정책에 주가 발목황제주 명성 되찾으려면 주주환원·실적 뒷받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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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만에 황제주 자리를 재탈환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다시 100만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황제주는 통상 주가가 1주당 100만원 이상에서 거래되는 종목을 말하는데요.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9일 100만원을 돌파한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황좌 탈환과 재도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올 들어 지난 19일까지 주가가 38% 넘게 상승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거래일 만에 다시 90만원대로 내려왔다가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 속에 지난 7일 100만원대를 회복한 바 있는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증권사의 목표주가가 상향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종가 기준 주가는 99만5000원으로 다시 100만원 선을 내줬습니다.국내 증시에서 현재 황좌에 근접한 유일한 종목인 삼성바이오로직스만 봐도 황제주 자리를 지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국내 증시 역사상 황제주 자리에 올랐던 종목은 LG생활건강, 엔씨소프트, LG화학, 태광산업 등 코스피 11종목, 코스닥 5종목 등 총 16종목입니다.신규로 등장한 황제주는 지난해 에코프로가 마지막입니다. 에코프로는 전기차 시장이 확대된 가운데 2차전지 섹터의 랠리를 이끌며 16년 만에 새로운 황제주로 등극한 바 있습니다.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며 황제주들이 늘어났지만 이후 주가 하락폭이 커지며 지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한 상황입니다.액면분할로 황제주의 타이틀을 스스로 내려놓은 상장사도 있습니다. 삼성전자, 오뚜기, 롯데제과, 롯데칠성,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등이 대표적입니다.한때 황제주에 올랐지만 주당 가격을 낮추는 액면분할을 통해 스스로 황제주 대신 국민주 자리를 선택한 것인데요. 주식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액면가를 낮춰 투자 기회를 늘리는 것이 기업가치나 브랜드 제고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했기 때문입니다.황제주 자리를 내어준 종목을 살펴보면 대체로 실적 악화나 정체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주가가 오른 만큼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황좌에서 내려온 것이죠.
대표적인 상장사는 '리니지' 시리즈로 대성공한 엔씨소프트입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2021년 2월 104만대에서 지난 8일 기준 21만8500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 4월엔 16만원대까지 추락했었죠.
엔씨소프트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4.9% 감소한 8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배틀크러시, 호연 등을 공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실적 회복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권고사직과 분사 등 구조조정을 단행 중입니다.
LG생활건강 주가도 2021년 7월 178만4000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35만2500원까지 주저앉았습니다.
한때 승승장구했던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밀려난 탓인데요. 매출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는 중국 시장이 여전히 발목을 잡은 탓에 증권가에서는 LG생활건강이 올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은 LG생활건강의 3분기 실적이 연결 매출 1조7000억원, 영업이익 1385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 대비 각각 2.25%, 12.6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역대 최대 황제주는 아모레퍼시픽도 사업 부진으로 주가가 쪼그라든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K뷰티가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 본격 상륙한 2014~2015년 사이 아모레퍼시픽의 10대 1 액면분할 전 가격은 80만원에서 400만원대까지 치솟았었는데요. 액면분할을 한 후에도 30만원 후반대를 이어갔지만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겪으며 8일 기준 12만원대까지 추락한 상황입니다.
태광산업은 지난 2019년 3월 174만원대 고점을 찍은 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하며 8일 기준 64만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태광산업은 오너리스크, 석유·화학 업계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 논란이 주가 부진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특히나 태광산업은 특수관계인 지분이 과반에 달하는 안정적 지분 구조상 배당 정책 등 주가 관리에 소홀한 회사로 평가됩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 황제주 지위를 누렸던 종목들이 옛 명성을 되찾으려면 주주환원이나 산업의 성장성, 이에 따른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황제주의 부진은 결국 펀더멘털 때문"이라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모멘텀이 있어야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