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비율 규제 약 D-100일, 대부분 자본 늘려신한금융투자, 자산 처분 '다이어트'로 안정권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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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레버리지 비율이 위험수위에 근접했던 6곳 중 4곳이 하반기에 유상증자를 단행함으로써 일단 한 숨을 돌렸다. 신한금융투자는 유상증자가 아닌 저수익 자산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레버리지 비율을 낮췄다. 대신증권은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 없이 900% 중반의 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레버리지 비율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위험수위에 있던 증권사 6곳 중 4곳이 유상증자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레버리지 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을 나타내는 것으로, 기업이 타인자본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레버리지 비율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 그만큼 부채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이 위험하다.

     

    금융당국는 내년 1월부터 레버리지 비율이 1100% 이상이면 경영개선권고, 1300% 이상이면 경영개선요구를 조치할 예정이다.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자본을 늘리거나 자산을 줄이면 된다. 하이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미래에셋증권(진행 중)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려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는 방식을 선택했다.

     

    IBK투자증권은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3월 말 1075%이던 레버리지 비율이 8월 말 현재 820%로 떨어졌다. 유상증자 효과를 톡톡히 보면서 규제 범위를 크게 벗어나 안정권에 들어섰다.

     

    하이투자증권은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8월 말 기준 레버리지 비율이 925%에 이른다. 유상증자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이는 단기적으로 자산운용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8월에 41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아직 3분기 결산에 반영되지 않아 레버리지 비율이 어느정도 낮아졌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다만, 6월 말 746.9%이던 레버리지 비율이 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자산 처분으로 다이어트를 계획했지만, 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곧 발표될 KDB대우증권 매각 공고와 맞물려 대형 IB로의 도약과 대우증권 인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다.

     

    오는 30일 발행가격이 확정되고 11월과 4일과 5일 양일간 일반청약이 이뤄질 예정이다. 1차 발행가는 2만2850원으로 발행예정가(2만7450원) 보다 낮게 나와 현재로써는 공모금액이 최소 2000억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당초 계획대로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8월 말 기준 963.1% 이던 레버리지 비율이 700.7%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유상증자를 선택한 4곳과 달리 신한금융투자는 자산을 줄이는 방식으로 레버리지 비율을 낮췄다.

     

    신한금융투자는 1000%가 넘던 레버리지 비율이 8월 말 현재 902%로 낮아졌다. 레버리지 비율이 가장 높았기에 유상증자 가능성이 가장 컸지만, 아직까지 유상증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유상증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투자는 100% 지분을 소유한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다. 때문에 유상증자 여부는 신한금융지주가 결정한 문제이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증자 얘기는 예전부터 계속 나왔던 것”이라며 “경쟁력 강화 방안 차원에서 신한금융투자와 계속 논의 중이고, 그 가운데 하나로 증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자는 말 그대로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용성 측면에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는 사항이다”라고 덧붙였다.

     

    즉, 신한금융투자는 자체적인 노력으로 레버리지 비율을 낮추고 있으며, 신한금융지주는 투자는 큰 그림을 놓고 증자 카드를 계속해서 만지작 거리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레버리지 비율이 902%까지 낮아진 상황에서 굳이 유상증자를 할 필요가 있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신한금융도 대우증권 인수의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미래에셋증권처럼 대규모 증자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신한금융지주가 대우증권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어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신증권은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앞두고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6월 말 기준 레버리지 비율이 984%에 이른다. 대신증권은 레버리지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추기 위한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