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위탁매매 중단 통보 FCM, 업계 파급력 낮아H지수 기초자산 ELS 발행 증권사 "문제없었고, 없을 것"
  • 최근 홍콩증시 선물중개업자(FCM) 일부가 한국 증권사들에게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H지수) 선물 위탁 매매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은 물론 ELS 시장에 큰 위기가 닥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H지수는 가장 큰 시장이자 기회인 반면, 최근 홍콩증시 급락으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바 있어 업계의 관심은 더욱 높다.


    반면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은 한국시장에 거래중단을 통보한 홍콩 FCM은 전체 FCM 대비 소수에 불과하고, 이 역시 리스크 관리 차원의 일환으로 실시했다고 보고 있다. 만약 거래 중단을 통보한 FCM이 거래중단을 통보해왔다면 또 다른 계약을 체결할 FCM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다만 홍콩증시의 불안정한 행보가 지속되고 있고, H지수에 여전히 쏠림현상이 우려되고 있는 만큼 리스크관리에는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재 홍콩 내 FCM은 최소 230여개에 이른다. 국내 한 증권사의 집계 기준으로는 250개를 웃돈다. 국내 증권사들은 홍콩의 FCM을 통해 H지수 ELS 매매를 위탁한다. 국내 증권사들은 홍콩선물거래소 회원사가 아니기 때문에 FCM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이들에게 수수료(이자)를 지급하며 발행과 헤지(방어)를 맡긴다.


    이같은 방식으로 국내증권사들은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중에서도 H지수를 단골 메뉴로 선택해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한 H지수 발행 잔액은 36조원이 넘었다.


    그러나 홍콩증시가 급락하자 상황이 바뀌고 있다. 지난 5월말 1만5000선까지 올랐던 홍콩 H지수가 9월초 9000 초반선 까지 급락하는 등 3개월여만에 40% 가량 하락했다.


    이처럼 홍콩증시는 급락하는 반면 한국의 H지수 투자는 여전히 거대한 시장규모를 유지함에 따라 홍콩 내 FCM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한국 증권사들에게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며 최악의 경우 조단위의 손실 위험에 놓이게 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국내 증권사들은 상황을 예의주시 하면서도 이번 이슈가 당장 시장에 큰 충격을 안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거래 중단을 통보한 FCM의 숫자가 홍콩 내 전체 FCM에 비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홍콩 내 FCM은 최소 230여개로 당초 한국 증권사에 거래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 FCM은 3~4곳에 불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바클레이즈홍콩 외에 추가로 조사된 거래중단 통보 FCM은 없다"며 "만약 바클레이즈홍콩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증권사라면 바클레이즈홍콩 외에 230여개 FCM 중 한 곳과 다시 계약을 체결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우려 중 하나는 거래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 곳이 '바클레이즈'라는 점이었다. 업계를 선도하는 FCM이 앞장서 한국과의 거래를 중단하기 시작할 경우 홍콩 내의 파급효과가 발생해 발행중단을 발표하는 FCM이 잇따라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영국계 대형 투자은행(IB)이자 현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스폰서이기도 한 바클레이즈는 국내 증시에서도 우량 종목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코스피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며 업계 내에서도 유명한 외국계 IB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 증권사들에 선물 위탁매매 중단을 통보한 곳은 본사가 아닌 홍콩법인으로 글로벌 시장 내에서는 규모가 작은 곳으로 확인됐다. 업계 내 파급력 역시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꾸준히 발행하고 있는 KDB대우증권 관계자 역시 "홍콩 FCM의 거래중단 통보 소식에 따라 H지수 ELS를 점검한 결과 이번 이슈와 대우증권은 해당되거나 연관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 역시 "거래중단을 통보한 FCM과 자사가 발행한 ELS와 관계가 없다"며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과 헤지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H지수를 기초로 한 ELS 발행 잠정 중단을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H지수 쏠림이 지나치다고 경고(8월27일)하며 발행을 중단한 기간이 한 달 이상 지난 만큼 시장상황에 맞춰 발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장 큰 시장이자 기회인 H지수를 방치해둘 수는 없다"며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증권사별 발행 금액이나 물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안정성을 더욱 강화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증권업계 전체가 ELS로 인해 3분기 실망스런 수준의 실적발표가 확실시 되는 만큼 4분기에는 적극적인 전략으로 만회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ELS 발행을 자체 헤지했던 일부 증권사들은 지난 8월에만 100억~300억원 가량 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만큼 4분기에는 손실을 만회해 실적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것.


    이처럼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는 H지수와 관련 ELS 발행에 대해 금융당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투자자와 업계 모두 피해를 입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H지수에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발행이나 투자자측면에서 수요는 있을 수 있고,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는 저가매수로 생각할 수 있는데, 주식시장과 달리 헷지자산이 별도로 있고 규모도 크며, 특히 우리 시장이 아닌 다른 시장이기 때문에 단순하게만 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또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사실이고, 이는 누구나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판단은 시장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협회를 비롯한 업계의 몫이고, 금융당국은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