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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캐피탈 매각이 다시 오리무중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5일 이사회를 열어 매각안건을 승인했지만 캐피탈 노동조합은 이튿날인 6일 곧바로 해당 승인안을 부결처리했다. 어차피 은행 이사회가 노조승인을 꼬리표로 달아놓았던 터라 충분히 예견가능한 일이었다.
은행은 노조를 다시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조합은 여전히 대부업체 매각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은행측의 불투명한 매각절차에 대해서도 불만을 삭히지 않고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지난달 말 계약금까지 낸 것으로 알려진 아프로측도 주판알을 다시 튕기고 있다.
매각주체들의 갈등은 캐피탈 자체의 존립 마저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씨티그룹이 '연내 매각'을 못박은지라 선택의 여지도 좁다. 결국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경우 자체청산쪽에 비중일 실릴 가능성이 높다.
2~3년전부터 신사업을 중단하고 90여개 지점을 10여개로 줄인 뒤 500여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을 구조조정한 은행측은 매각가가 900억원 수준에 불과한 캐피탈에 큰 미련이 없다. '먹튀' 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간 2000%~2만%에 육박하는 현금배당으로 천억원대를 미리 챙겨놓기도 했다. 은행은 매각 발표 이후 캐피탈 노조의 반발이 계속되자 불가피한 경우 "청산밖에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
이른바 '위로금' 이슈도 다시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12년, 2014년 두차례 희망퇴직시 지급된 위로금은 연봉의 2년 반~3년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지급될 위로금은 '3년치 연봉+알파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남아있는 200여명의 직원 중 상당수가 퇴직할 경우 그 금액은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진작에 소매금융 리포지셔닝을 염두에 둔 글로벌씨티그룹측이 상당액을 쌓아놓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매각 갈등에 위로금 이슈까지 재점화될 경우 매각 보다 청산쪽으로 흐를 개연성이 높다.
아프로측도 노조의 반발이 계속되는데다 핵심인력들이 상당수 떠날 경우 자칫 빈껍데기 인수에 그칠 수 있어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소매금융에 기업금융을 더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인수에 나섰지만 펀터멘탈이 흔들리고 있다"며 "대출채권 매입, 캐피탈업 인프라 구축 등의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영업적인 면에서 당장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 영양가가 점점 떨어지는 상태"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캐피탈은 상반기 기준 자산이 9122억원으로 1년전에 비해 5000억원 가량이 줄었으며 영업실적도 2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반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캐피탈의 조달 경쟁력도 발목을 잡고 있다. 씨티캐피탈은 씨티그룹으로부터 신용공여 규모가 1조에 달하는 등 조달경쟁력이 타사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아프로에 인수될 경우 당장 'A+'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프로금융그룹의 유일한 캐피탈사인 아프로캐피탈의 'BBB+' 신용등급이 적용될 경우 씨티캐피탈의 조달 금리는 지금 보다 두배 이상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인수에 따른 파생비용이 걷잡을 수없이 커질 수 있다. 자산규모 3조~4조, 보유현금 6000억원 수준인 아프로그룹이 감당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이럴 경우 종합금융그룹의 꿈을 위해 캐피탈 인수에 나선 아프로 최윤 회장이 뜻을 접을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최근 저축은행 업황에 잇따라 먹구름이 끼고 있는 가운데 할부금융업 등 새로운 사업 영업 확장을 위한 캐피탈사는 여전히 먹음직스런 매물이지만 덥석 먹기엔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연말까지 남은 두달여, 씨티캐피탈의 향배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