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호실적에도 성장세 둔화사령탑 교체로 ‘안정→성장’ 무게추 이동 부행장에도 ‘영업통’들 대거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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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그룹이 호실적을 구가하고 있는 하나은행의 수장을 교체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재무통' 이승열 은행장이 2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대신, 현장영업에 잔뼈가 굵은 ‘영업통’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후임에 임명한 것이다.일반적으로 재무 전문가를 사령탑으로 발탁하는 이유는 수익성 중심의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실제로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이 가계대출과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은 이 행장 지휘 하에 전략적 자산성장으로 어려움 없이 리딩뱅크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그러나 핵심이익 성장이 둔화하고 영업력 지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시 야성을 끌어올릴 현장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2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호성 현 하나카드 사장의 차기 하나은행장 선임을 확정했다.애초 업계에서는 하나은행이 대형금융 사고없이 호실적으로 이어가고 있어 이승열 현 행장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다.하나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2조7808억원으로 1위 신한은행(3조1028억원)을 약 3200억원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문제는 눈에 보이는 격차보다 성장 속도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하나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5% 증가한 것으로, 신한은행(19.4%)과 비교해 크게 떨어진다.같은 기간 누적 순이자이익도 하나은행은 1400억원 감소한 반면 신한은행은 3400억원 증가했다.3분기 실적 지표들을 보면 하나은행이 경쟁 은행과 달리 성장보다는 안정에 보다 초점을 맞춰 왔다는 점이 드러난다.하나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RWA를 13조원가량 늘렸고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18조원을 늘렸다.RWA를 적게 늘리면 자본건전성 관리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영업 조직은 그만큼 소극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실제로 하나은행은 영업력 지표인 충당금 적립전 영업이익(충전이익)이 전년대비 5% 가까이 감소했다. 올해 3분기까지 충전이익이 뒷걸음한 것은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 중 하나은행이 유일하다.하나금융이 핵심계열사인 은행 CEO(최고경영자)를 현장형 사령탑으로 전격 교체한 것은 다시금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성장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이호성 신임 행장은 하나은행 입행 후 지점장, 영업본부장, 총괄그룹장 등 영업 현장만 거친 대표적 ‘영업통’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하나카드 대표를 맡아 트래블로그 카드를 히트시키는 등 영업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린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앞서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이 행장을 후보로 단독 추천하며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고객 기반을 탄탄히 하고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춘 이호성 후보를 적임자로 평가했다”고 밝혔다.신임 행장과 보조를 맞출 임원진에도 현장‧성과‧전문성을 중심으로 ‘영업통’들이 대거 승진했다.영업 현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김진우 강남영업본부 지역대표(본부장)가 중앙영업그룹대표(부행장)로, 서유석 남부영업본부 지역대표가 기업그룹장(부행장)으로, 우승구 광주전북영업본부 지역대표가 호남영업그룹대표(부행장)로, 이재헌 부산울산영업본부 지역대표가 영남영업그룹대표(부행장)로 승진했다.하나은행은 “현장과 성과, 전문성 중심의 경영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나이, 학력, 성별에 무관하게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은행의 ‘성장’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