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부터 선령 30년 지난 선박 운항 금지…열차 기대수명은 발주자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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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교통안전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열차 차량은 내구연한을 없애고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대수명 개념을 도입한 반면 선박은 최장 30년까지만 운항할 수 있게 선령 제한을 두기로 했다.
26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건조한 지 30년이 지난 유람선과 도선(渡船)의 선령 제한 등을 규정한 유선 및 도선 사업법(유도선법) 시행령 개정안을 22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유선은 유람선, 도선은 가까운 항구 사이를 오가는 교통선박을 말한다.
개정안을 보면 유람선과 도선은 앞으로 선박검사와 관리평가를 통과해도 최장 30년까지만 운항할 수 있다.
유람선, 도선의 선령 제한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따른 후속 입법이다. 앞서 여객선의 선령을 최장 30년으로 제한하는 해운법 시행령이 개정됐다. 유람선·도선 선령 연한은 여객선과 형평성을 맞춘 것이다. 그동안 선박은 따로 선령 제한이 없었다.
안전처는 개정안에 대한 여론 수렴과 정부 내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선령 제한은 개정안 부칙에 따라 유도선법 공포 1년이 되는 내년 2월4일부터 적용한다. 기존 사업자가 보유한 유·도선에 대해선 7년 유예기간을 둬 2022년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열차에 대해선 안전대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사용한 지 20년 이상 지난 철도차량은 앞으로 성능평가를 통해 확인한 잔존수명 만큼만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철도사업자가 철도차량을 등록·인수 취득한 지 20년이 되면 해당 차량에 대해 최초 평가를 벌여 열차의 남은 수명(잔존수명)을 구하도록 했다. 철도사업자는 잔존수명을 넘어 철도차량을 사용할 수 없다.
또 잔존수명이 아무리 길어도 차량 기대수명을 초과해 사용할 수 없게 했다. 기대수명이란 철도차량의 제작 또는 철도시설을 설치할 때 기대했던 성능을 유지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폐지된 내구연한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낡은 열차차량의 내구연한은 디젤기관차 25년, 전기 동차 25년, 전기기관차 30년 등이었다.
문제는 기대수명을 철도사업자가 사실상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작사가 밝히는 기대수명을 검증하는 절차가 없다 보니 제작사가 철도사업자 요구대로 기대수명을 제시하면 그만인 셈이다.
이미 내구연한을 넘긴 낡은 열차의 기대수명과 잔존수명을 앞으로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열차사업자는 기존 내구연한처럼 최장 40년까지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반면 국토부 내부에서는 추가적인 사용 연장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철도차량 2만2878량 중 20년 이상 된 차량은 4835량으로 전체의 21%에 해당한다. 2020년까지 기대 수명이 끝나는 842대의 교체비용은 2조236억원으로 추정된다.
안전처 안전제도과 한 관계자는 "(열차와 선박의 사용연한이 상반되는 것과 관련해) 현재 내부에서 따로 논의되는 부분은 없다"며 "전문적인 영역이기에 답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