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성장 '끝'…신흥국-산유국-선진국 경제침몰 공포 도미노 미래 유망 산업 육성, 인적물적 교류 질적 개선 시급
  • ▲ 안개에 휩싸인 중국경제 우려에 세계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구글이미지 캡처
    ▲ 안개에 휩싸인 중국경제 우려에 세계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구글이미지 캡처

     


    "중국의 기침이 세계 경제를 감기에 걸리게 만들 모양이다."

    중국발 경제위기가 세계 곳곳으로 무차별 확산되면서 곳곳이 아우성이다.

    신흥국 통화는 급락하고 수출은 감소하고 있다. 산유국도 도무지 기를 펴지 못하고 미주와 유렵의 선진국들 마저 디플레 등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2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적 경기침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 경제 전반이 중국발 리스크 전이에 전전긍긍이다.

    '중국 바라기' 한국경제의 충격파는 더욱 크다. 수출이 휘청이고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 중국발 쇼크에 신흥국은 물론 원자재수출국, 선진국 마저 흔들리고 있다ⓒ
    ▲ 중국발 쇼크에 신흥국은 물론 원자재수출국, 선진국 마저 흔들리고 있다ⓒ

     

    ◇ 신흥국-산유국 중국發 '쇼크' 도미노

    중국발 경제 위기는 對 중국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시아와 남미 신흥국으로 먼저 옮겨붙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로 신흥국 환율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원자재 수출이 급감하면서 재정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중국과 교역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당장 수출과 경제 성장률이 급속히 떨어지는 현상을 겪고 있다.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둔 한국과 대만이 직격탄을 맞았다. 두 나라의 7월 수출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5% 떨어졌다. 특히 한국 수출은 지난 8월 14.7%나 줄면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 폭으로 내려앉았다. 수요 약화로 당장 중국에 대한 수출이 7.6% 줄었다.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기대온 칠레는 올해 GDP 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연평균 4%의  반토막 수준이다.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중국의 수요 부진 등에 따른 저유가의 여파로 정부가 물가상승률 공개를 포기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하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수출의 60%를 금, 석탄 등 원자재에 의존하는데 중국의 원자재 수요가 줄면서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2008년 이래 가장 낮은 4.7%를 기록했다.

     

  • ▲ 위안화 평가절하에 각국의 환율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 위안화 평가절하에 각국의 환율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 환율시장 요동, 신용등급 '뚝뚝'

    수출에 타격을 입은 신흥국들은 위안화 평가절하 직후 환율시장까지 요동치면서 이중고를 겪는다. 중국의 경제 사정이 실제보다 나쁘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브라질 헤알화는 한 달 만에 10.04%, 터키 리라화는 7.20%, 남아공 랜드화는 6.72%씩 떨어졌다.

    통화가치 하락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말레이시아 링깃화 역시 올해 초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

    신용등급도 맥을 못추고 있다.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은 최근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2008년 이후 7년만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투자적격 등급의 마지막 단계인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강등했다.

    또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 'BBB'를, S&P는 터키에 대해 'BB+' 등급을 매겼다. 대표적인 자원수출국인 이들 나라는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외국인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 ▲ 위안화 평가절하에 각국의 환율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 도미노 효과로 선진국도 주름살

    중국 경제 위기의 여파는 선진국으로도 전이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워낙 얽히고 설켜 있어 한 곳이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위기가 번지게 마련이다.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라도 중국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신흥국에서 유출된 자금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으로 몰리고 있지만 이 또한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 중국에서 빠진 자금이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리면 ‘엔고’ 현상이 일어날 조짐이다.

    중국이 유럽의 최대 무역 교역국이라는 점에서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려는 유럽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 유럽 국가들의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는 미국도 위안화 영향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것이 달갑지 않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내리면서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수출'에 나설 경우 세계 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2008~2009년)와 유럽 재정위기(2011~2012년)에 이어 10년 내에 세번째 디플레 위기로 빠져들지 모

    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불황은 이미 세계 제조업 경기를 냉각시켰다. 국제금융정보 업체 마르키트가 제공하는 8월 세계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7로 지난 2013년 5월(49.0) 이래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전문가들은 중국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처럼 세계 각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 증시하락에 침울한 중국인들ⓒ연합뉴스
    ▲ 증시하락에 침울한 중국인들ⓒ연합뉴스

     

    ◇ 하락 또 하락...'증시-성장속도-투자-수출' 모두 휘청

    중국 증시가 6월 이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각종 경제지표들은 악화일로다. 상해종합지수는 6월 고점 기록 이후 세 달여 동안 40%가 넘는 급락세를 나타냈다. 버블의 자연스러운 붕괴라는 지적이 많다.

    경제지표도 줄곧 악화됐다. 우선 경제의 성장 속도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중국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7%선은 지켜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지속되는 경기부진으로 6%대로 추락했다. 투자도 둔화되고 있다. 2009년에 30%를 넘었던 고정자산투자증가율은 8월 10.9%까지 낮아졌다. 공급과잉이 발목을 잡으면서 더 이상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

    수출도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에 의해서 중국이 그나마 7% 내외의 성장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막대한 유동성을 풀었음에도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은 중국 경제가 직면해 있는 위험이 아닐 수 없다. 투자와 소비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던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리기 위해 나선 이유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들은 벌써 1990년대 중반에도 있었던 위안화 평가 절하의 트라우마를 떠올린다.위안화 절하가 본격화되면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경쟁력은 크게 약화되고 한국과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는 빠르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교역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하면 이들 국가들은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자본시장을 개방하면서 외국자본을 끌어들여야 한다. 경상수지 적자를 개방에 따른 자본수지 흑자로 메우는 전략이지만 1997년 사태에서 보듯 외환위기의 단초가 되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

     

  • ▲ 한중 FTA 비준이 시급하다ⓒ연합뉴스
    ▲ 한중 FTA 비준이 시급하다ⓒ연합뉴스

     

    ◇ 차이나...이젠 '위험' 요인

    이제 한국 경제 입장에서 중국은 '기회'라기 보다 '위험'요인으로 다가온다.

    일단 중국 경기 둔화는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8월 글로벌 증시의 동반 급락 과정에서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시아 등 GDP 대비 대중국 수출 비중이 10%를 넘어선 국가들의 하락폭이 유난히 컸다. 한국도 이런 여파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위안화 평가 절하에 따른 중국 수출 증가도 더 이상 호재만은 아니다. 과거에는 대중국 수출 주력 품목이 중간재였기 때문에 한국이 수혜를 입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중국 수출과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 상관관계가 많이 희석됐다. 한국과 중국의 분업 구조가 바뀐 탓이다.

    중국은 과거 한국에서 수입하던 중간재를 중국의 현지 기업이 생산하고 있다. 완성품도 마찬가지다. 양국간 기술력 격차가 줄어들면서 경쟁구도가 되고 있다. IT와 자동차 등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아직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산업 전반이 중국 수혜를 입었던 과거와 견줄 정도는 아니다.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는 향후 2~3년 세계 경제에 가장 중요한 화두이지만, 연착륙이 현실화되더라도 한국이 받을 수 있는 수혜가 협소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 한중 FTA 등 새 경제플랫폼 서둘러야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걱정은 크지만 역설적으로 중국을 배제하고는 살 수가 없다. 한·중 경제 협력을 지속 강화하되, 국내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심화한 데 따라 중국발 리스크가 전이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양국 사이의 수출과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한중 FTA 등 경제협력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최근 중국 경제가 제조업 업황 둔화와 증시 폭락 등 리스크를 노출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도 모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 중국 수출 감소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만큼 중간재 중심 수출 상품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증시 불안 등 금융 리스크 확대로 인한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과 경쟁할 미래 유망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과의 인적 교류도 질적으로 개선해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확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