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에도 회복세 '지지부진' 전망"경쟁력 강화·시장 다변화 등으로 경기 불황 이겨내야"
  •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직면해 있다. 밖으로는 중국 경제의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하락 등 곳곳에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안으로는 노동개혁을 거부하는 강성노조와 지지부진한 규제혁파 등이 우리 기업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우리 경제의 발전을 이끌었던 자동차, 조선,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대다수 업종이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성장보다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전자와 건설도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정보기술(IT)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중국 업체들의 성장으로 힘겨워 하고 있다. 국내 대표 건설회사인 삼성엔지니어링도 3분기 1조5000억여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4분기 경제 전망, 전자빼고 모두 '흐림'


    더 큰 문제는 '경제 암흑 터널'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다수의 기관이 내놓은 올 4분기 전망치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산업연구원이 지난달 국내 464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4분기 시황 BSI 전망치는 97로 3분기 전망치(99)보다 2p 하락했다. 매출 BSI 전망치 역시 99로 전분기(100) 대비 1p 떨어졌다.

     

    BSI는 100을 넘으면 경기가 전 분기보다 호전, 100을 밑돌면 악화를 의미한다. 업종별로는 전자는 반등했지만 자동차와 조선, 철강, 화학 등은 크게 악화됐다. 4분기 매출 전망 BSI 역시 대부분의 업종들이 100을 밑도는 등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지난 11일 발표한 '2015년 4분기 산업기상도' 조사 결과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물인터넷(IoT)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전자 업종이 '그름 조금'으로 전망된 반면, 자동차와 철강, 정유·유화 등은 '흐림'으로 예보돼 4분기 국내 산업기상이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가시밭길 예고된 조선업계…"업황개선 요원"
     
    특히, 조선업계의 앞날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2015 4분기 산업기상도'에서도 유일하게 '비'로 전망됐다.

     

    올 상반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글로벌 조선 빅3는 '적자 5조원'이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발표해 충격을 줬다.

     

    3분기 수주 실적에서도 중국과 일본에 밀렸다. 영국 조선해운 전문 분석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올 3분기 210만5782CGT(표준환산톤수)를 수주하며 전 세계 시장 점유율 23.9%를 차지, 중국(347만5020CGT, 39.5%)과 일본(236만4687CGT, 26.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분기 기준 3위로 밀려난 것은 지난 2006년 4분기 이후 10여년만에 처음이다. 

     

    대한상의는 "코스피200에 포함된 조선업체의 영업이익률을 분석해본 결과, 1분기에는 –0.97%, 2분기에는 –27.99%를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 악화가 심각하다"며 "지난해 8월 209척이었던 전세계 신조 발주량이 올해 8월에는 79척으로 최근 6년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해 업황개선도 요원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는 조선업계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현대자동차(1.44%, 316만4550주)와 포스코 지분(1.5% 130만8000주)를 매각해 현금 7260억원을 확보했다. 앞으로도 비업무성 자산을 지속적으로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도 3조원대 영업손실(2분기)을 개선하기 위해 이번달 중 채권단 실사를 바탕으로 한 재무구조 개선·자본 확충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달 10일 경기도 화성사업장 토지와 건출물을 310억원에 매각하고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힘을 쏟고 있다.

     

    김창대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경쟁력을 가진 사업부문에 역량을 집중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회사와 노조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 ⓒ대한상의
    ▲ ⓒ대한상의

    ◇車·철강도 매출감소에 '한숨'

     

    자동차와 철강 업계도 수출감소와 경쟁국 통화약세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전년 대비 올 상반기 30% 이상 판매가 줄었다.

     

    베이징현대는 월간 기준으로 지난 7월의 경우 4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베이징현대는 올 상반기 신차 판매량이 51만229대로 전년 동기대비 7.7%가 감소, 올초 목표로 잡은 전년 대비 3% 증가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기아자동차도 중국 합작사인 둥펑위에다기아가 지난 상반기 판매량이 30만3157대로 전년 동기대비 2.4%가 줄었다.

     

    중국 자동차시장이 올 들어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면서 전체 신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게 악재의 이유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한 1185만300대에 그치며 상승세가 꺾였다.

     

    철강업종 역시 중국의 '철강 밀어내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경기침체로 자국수요가 둔화되자 중국산 철강물량이 세계시장으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주택경기 상승세에 따른 건설용 강재 판매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한상의는 "자동차 업종은 러시아시장과 중동, 중남미로의 수출이 감소해 현 상황이 연말까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도 약화도 심각한 문제다"면서 "다만 어려운 해외시장에 비해 국내수요는 신차출시와 개별소비세 인하 등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 가격은 수요부진과 철광석 가격 하락으로 장기적으로는 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 ▲ ⓒ대한상의

     

    ◇정유·석유화학, 세계 경제 성장 둔화로 수요 줄어

     

    정유·석유화학 업계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공급 과잉에다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국제 유가와 화학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도 상승세를 보이며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석유화학시장의 수급불균형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산유국들이 앞다퉈 짓기 시작한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생산설비가 완공되면 낮은 원가를 무기로 엄청난 경쟁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최근 설비증설에 힙입어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했다.

     

    게다가 유가는 하반기에도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수급 조절에 소극적인 데다 중국 등 주요 수요처는 경제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만큼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제마진도 하락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원유도입 시차를 고려한 한국 정유사의 복합정제 마진은 7월 3.3달러에서 8월에는 1.2달러로 떨어졌다. 국내 업체들의 정유 부문 손익분기점은 4~4.5달러 정도다.

  • ▲ 주요 철강업체 합산 수익성 지표. ⓒ한국신용평가대한상의
    ▲ 주요 철강업체 합산 수익성 지표. ⓒ한국신용평가대한상의

     

    더욱이 이란의 원유수출이 본격화되면 유가는 더 떨어져 3분기에는 대규모 원유재고 평가손실도 예상된다. 정유업계는 재고평가 손실 등으로 지난해 2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글로벌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많은 업종이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지만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제적 구조조정과 제품 고부가가치화 등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빠르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동향 실장도 "한국은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아 중국 경제의 경기 침체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수출의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4분기 경기 회복세 유지를 위해 9조원 가까이 재정을 더 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