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치열한 경쟁으로 매각가격 상승기대인수후보군, 과열 경쟁으로 '승자의 저주'·우려
  • 양강구도로 흘러가던 KDB대우증권 인수전이 막강한 후보자가 한 곳 더 늘어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매각주체인 KDB산업은행은 내심 인수 후보자가 더 늘고 경쟁이 뜨거워져 매각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인수 희망자들은 과열 경쟁에 부담을 느끼며 합리적인 인수 가격 제시로 분위기를 억누르려 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 2파전으로 전개되던 대우증권 인수전에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가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주 대우증권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과 삼일회계법인에서 비밀유지확약서를 쓰고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갔다.


    예비입찰을 며칠 남겨 두고 인수전 참여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당사자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업계는 한국금융지주의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내부에서도 인수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한국금융지주 입장에서도 대우증권은 매력적인 매물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2000억원으로, 만약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자기자본이 7조5000억원 규모까지 불어나 독보적인 1위가 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할 경우인 6조8500억원보다도 7000억원 가량이 높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내달 2일인 예비입찰기한이 가까워져 오면서 여전히 아쉬움이 남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매각 대상 자회사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당분간 증권업계 마지막 대형 매물인 대우증권 매각가치를 극대화시켜야 대우조선, 동부제철, STX 등 그룹계열사들의 경영정상화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산업은행 입장에서 한국금융지주의 인수전 참여는 대우증권의 매각가격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 한국금융지주의 등장처럼 인수 후보군들을 수면위로 올리기 위한 요인들이 계속해서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신한금융), 중국의 중신증권(시틱그룹)과 안방그룹, 푸싱그룹 등도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들 역시 언제든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다. 모두 인수 여력이 충분한 곳이기 때문에 인수전에 뛰어드는 즉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 주체의 절대적인 숫자가 아직은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해외 금융사들의 인수전 가세가 대우증권 패키지 매각 흥행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주체 입장에서는 후보가 많이 나올수록 좋다"면서도 "대우증권 매각과 산은이 보유 중인 타 자회사들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대우증권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뒤바뀌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미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금융·증권사들이 대우증권을 놓고 파워게임을 시작할 경우 패배의 후유증은 물론 고가에 인수하게 될 경우 후폭풍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할 당시부터 한국투자증권의 인수전 참여를 기정사실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순위에서 한국투자증권보다 아래에 있던 미래에셋증권이나 KB투자증권이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단숨에 역전시키는 상황을 보고만 있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수전 막판까지 치열한 눈치작전과 더불어 '경쟁사 힘빼기'전략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인수 희망자는 30일까지 비밀유지확약서를 제출하고 내달 2일 오후 3시까지 예비입찰서와 관련 서류를 접수한다. 매각주간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 삼일회계법인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