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를 위한 반대 보다 '소비자-시장' 판단 우선돼야"
-
현재의 통신 기업들 중심엔 이러한 사고가 있는 듯하다. 매사 기업 간 입장이 부딪히게 되면 상황과 논리 보다 자사 중심의 주장만 난무한다.
최근 이동통신 시장 1위 기업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와 알뜰폰 시장 1위 기업인 CJ헬로비전 인수에 나서자,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IPTV와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가 만나면 유료방송 점유율이 60%를 넘게 되고, SK텔레콤 이동통신 가입자에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까지 더해지면 이통시장에서도 점유율 50%를 넘겨 공정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통시장 1위 사업자의 지배력이 유무선 결합상품 시장으로 전이되면 문제가 더 커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다.하지만 시장 상황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KT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을 이용한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로 IPTV 가입자를 모아 케이블TV 업계로부터 비난 받은 바 있다.
시장 점유율 제한이 있는 IPTV와 점유율 제한이 없는 위성방송과 결합해 이를 희석시키려 한다는 이유에서다.이같은 아전인수 격 주장은 앞서 요금 인가제 폐지나 유무선결합상품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입자 확보를 위해서는 불법도 불사하면서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경쟁사 때문에 그랬다'는 식으로 남 탓 하기만 바쁘다.
이번 이통사들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상아탑의 자존심까지 무너뜨렸다. 학계 단체를 후원하고 경쟁사를 견제해야 할 때가 되면 자신들의 의견을 대신 주장하도록 내세우면서 빈축을 산 것이다.실제 학계는 토론회를 열고, 주제로 '공정경쟁이나, 경쟁구조 개선 방안'을 내세우지만, 누가 들어도 어느 기업이 주장하는 내용인지 확연하게 드러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심지어 시작 초반부터 "어느 기업의 후원을 받았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한다.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만큼 각사의 입장과 견해는 다르기 마련이고, 그 논리 역시 자사 입장에서는 합당하다.
하지만 경쟁사의 몸집불리기가 배가 아파서, 또 시장에서 밀리는 것을 막기 위한 외침보다 시장을 보다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소비자 이익을 우선할 때 진정한 시장의 1인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