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성장률 둔화 예상… 의무지출 지속 증가건강보험·국민연금 등 사회보험기금 줄줄이 고갈 위기정부 장기재정전망… 사회보험 '적정부담-적정급여' 전환 제시
  •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6차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정기국회 회기 내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법안 처리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연합뉴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6차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정기국회 회기 내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법안 처리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연합뉴스

    복지제도 성숙과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른 지출이 늘면서 나라 살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206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정부 전망이 나왔다.

    기획재정부는 4일 서울청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60년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했다. 정부가 수십 년 이후의 장기재정전망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국가재정운용계획은 5년 단위의 중기 전망을 담아왔다.

    정부는 국세 등을 재원으로 지출하는 일반재정부문은 새로운 의무지출이 도입되지 않고 세출구조 조정을 강력히 추진하면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사회보험료를 재원으로 삼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사학연금 등 사회보험부문은 현재의 제도로는 기금 고갈 등으로 말미암아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지출 규모에 따른 시나리오 분석 결과 국가채무비율은 2060년에 GDP 대비 38.1~62.4% 수준으로 예측됐다.

    정부의 재량지출(정책적 의지에 따라 대상·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이 해마다 경제 규모 성장 수준(경상성장률)으로 증가하는 제1 시나리오에서는 국가채무가 점차 상승해 2060년 GDP의 62.4%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내년 예상치 42.3%보다 20.1%포인트 높은 것이다.

    국가채무 증가 이유로는 저출산·고령화로 말미암아 연평균 성장률과 재정수입 증가율은 떨어지는 반면 복지 등 의무지출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제2 시나리오에서는 해마다 자연 증가하는 재량지출액 중 10%를 삭감하는 세출 구조조정을 전제로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38.1%로 전망됐다. 내년 예상치보다 4.2%포인트 낮아졌다.

    두 시나리오 예측치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보다는 낮은 수치로 분석됐다. 내년 우리나라의 내년 국가채무비율 예상치는 42.3%로 OECD 평균 115.4%의 36.7% 수준에 그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요 국제기구 평가를 봐도 우리나라의 재무건전성은 매우 좋은 편"이라며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재정 여력을 세계 2번째로 평가했고, 지난달 OECD는 우리나라가 위기극복 과정에서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했음에도 추가 재정 건전화가 필요 없다고 평가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구조 개혁에 소홀할 경우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잠재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 건정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신규 의무지출 도입 △의무 지출단가 상승 △저성장 위험 등 세 가지를 위험·불안요인으로 꼽았다.

    기재부는 2020년께 10조원 규모의 의무지출이 신규로 도입되면 2060년 국가채무는 27%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초연금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소득에 연계·인상될 경우도 2060년 국가채무가 37%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는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면 국가 총수입은 내년 GDP 대비 25.6%에서 2040년대 초까지 28% 수준으로 소폭 상승하지만, 이후 사회보험 수입이 감소하면서 2060년에는 25.7%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총지출은 내년 25.3%에서 2060년에는 32.2%에 이를 거라는 예측이다.

    이는 2011년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인구 추계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를 토대로 했다. KDI는 성장률이 2020년까지 3.6%를 기록하다 이후 하락해 2050∼2060년 연평균 1.1%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는 특히 사회보험부문은 저부담-고급여 체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은 2044년에 적자가 발생해 2060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지출 증가로 각각 2025년과 2028년께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이 건전한 고용보험, 보험료율 소폭 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산재보험을 제외한 주요 사회보험이 모두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기재부는 이런 사회보험 기금고갈을 막기 위해 국민부담을 올릴 경우 2060년 국민부담률이 현재의 28.4%에서 39.8%로 11.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재부는 장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과 중장기경제발전전략, 미래대비 장기재정전략을 세워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재정부문에서는 중복사업을 정비하는 등 낭비 요인을 없애 꾸준히 세출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페이고'(지출을 계획할 때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마련하는 것) 재정준칙을 도입할 방침이다.

    사회보험부문은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사회보장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합동으로 사회보험 개혁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장기재정전망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