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3분기 대출액 역대최대12월 소비자심리지수 2년만 최저 불황에 탄핵정국…자영업 위기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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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뜩이나 경기 불황으로 어려웠던 자영업자들이 비상 계엄·탄핵 연쇄 폭탄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국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며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기말 기준)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 기록이다. 2분기 말(1060조1000억원) 대비 불과 3개월 사이 4조3000억원이 불어났다.

    이는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더해 분석한 것이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전 분기 대비)은 지난해 4분기 0.1% 감소했다가 올해 1분기 0.3% 다시 증가한 후 2·3분기 연속 0.4%씩 오르고 있다. 

    자영업 대출자 중 다중채무자 대출 잔액도 3분기 말 75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755조6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3000만원이었다.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3분기 말 기준 18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조2000억원 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연체율도 2분기 1.5%에서 3분기 1.7%로 0.2%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업권별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연체율은 저축은행 11%, 상호금융 4.37%로 가장 높았고, 은행 0.61%·비은행 전체 4.74%, 보험 1.28%, 여신전문금융사(캐피털·카드사) 2.94% 수준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매파적 금리 인하'를 단행한 점은 자영업자에게 더욱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도 내년 말 기준금리를 종전 전망치(3.4%) 대비 0.5%포인트 높은 3.9%로 제시했다. 연준이 발표한 점도표(dot plot·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상 연간 기준금리 인하 횟수는 '베이비 컷(0.25%포인트 인하)' 기준 4회에서 2회로 줄었다.

    여기에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까지 겹쳐 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달보다 12.3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자, 지수도 2022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수가 100보다 높으며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과 비교해 낙관적이고,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소비자동향조사 응답자들은 여행비, 의류비, 교양·오락·문화비와 함께 외식비를 많이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일부 대형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는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 매출이 작년보다 소폭 감소하거나,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최근 매출 부진이 감지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한·KB·삼성·현대카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4개사 합산 매출은 28조2045억원으로 전월 동기(28조7997억원)보다 6000억원 가량 줄었다. 특히 연말 송년회·회식 등이 줄면서 음식점과 유흥업소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원·달러 상승으로 수입 물가까지 오르면 소비자들이 더욱 지갑을 닫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감세 정책으로 강달러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다 국내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더해지면서 환율이 장기적으로 1500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 경우 자영업자의 대출 상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소상공인 폐업은 급증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노란우산 폐업공제금은 전년 동기보다 10.1% 늘어난 1조 3019억 원이 지급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98만 6487명으로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노란우산 공제금은 소기업·소상공인들이 폐업, 사망, 질병 등으로 사업을 더이상 운영하기 어려울 때 지급된다.

    한은은 최근 내놓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최근 저소득·저신용 자영업 대출자가 늘어난 데 유의해 채무 상환 능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선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높은 금리로 일시적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에 대해 자금 지원을 이어가되,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의 경우 적극적 채무 조정과 재취업 교육으로 재기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